외로움 때때로 별다른 이유 없이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무엇인가 쓰고 싶어진다. 씀으로서 이 적적함을 달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런 외로움이 마냥 나쁘다고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허기(虛飢)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잔잔히 엷게 온다 . 무엇인가를 구(求)하고 있다. 그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른다. 그럴 때, 무슨 일인가 하고 싶고, 거기서 재미를 맛보고 싶고, 그래서 내 마음을 드높이고 싶어진다. 서행(西行)도 파초(芭蕉)도 외로움을 구했다. 그들이 찾는 외로움은 보다 통절(痛切)하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외로움을 떨쳐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때때로 느끼는 외로움은 이렇듯 극렬(極烈)한 것이 아니고 어린애 같은 것이다. 또는 새싹 같은 것이다. 어찌 할 바를 모를 만치 적적하지는 않다. 그냥 견딜만하게 적적하다. 그렇다고 거기에서 울어나는 것이 그렇게 진지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고는 할 수는 없다. 무엇을 써볼까, 산책이라도 할까, 좋은 그림이라도 볼까, 하면 그냥 위안을 얻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외로움은 사람을 진지(眞摯)하게 한다. 차분하게 한다. 정직하게 무엇인가를 찾게 한다. 겸손(謙遜)하도록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외로움을 맑게 보면서 좋아한다. 이런 외로움을 그냥 뭉개 버리고 싶지 않다. 해맑은 그리움이다.
//무샤노고우지사네아쓰(武者小路實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