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역인생론54.“나, 푸른 하늘아래 서서 우러러 부끄러울 바가 없노라.”
지혜는 자기를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어리석은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는 길을 모른다.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도 훌륭하게 키울 수가 없다.
어리석은 선생은 성의가 있어도 학생에게 사물을 올바르게 가르쳐 줄 수가 없으므로 속임수 학생, 의기(意氣)없는 학생, 생장(生長)력이 없는 약한 학생으로 만들 뿐이다.
인간의 육체가 달련되는데 따라서 좋게 되는 것처럼, 또 발달되는 것처럼, 인간의 뇌세포도 잘 활용함에 따라서 그 질(質)을 치밀(緻密)하게 하고 또 잘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발달되어 왔다.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 발전의 큰 원인의 하나이기 때문에 지혜는 바보로 되지 않는 길을 알고 있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머리가 나쁘면 잘못을 범하기 쉽다. 그래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어리석은 의사에게 진료 받는 환자는 가엽다. 어리석은 정치가에게 나라를 맡긴 국민은 괴롭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바보가 되는 것은 대단한 수치다. 또한 인간의 지혜만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영리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지혜로서 이해될 수 있는 범위는 실로 얼마 되지 않는다. 헌데 인간은 여러 가지를 알 고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돈벌이는 잘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어떤 지식은 그 지식으로서는 존경되어 마땅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나, 하는 것은 설명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왜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를 아는 이는 없다.
지구는 처음엔 기체덩어리였다. 그리고 몇 십억 년 전에 지구는 지금의 형태와 닮은꼴이 되었고, 어떤 기회에 생물이 생겨났다. 이 시기를 알 수 있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까지 왜 발전하게 되었는지, 왜 발전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지상에는 돌덩어리로만 가득해도 좋은 것이 아닌가!
달(月)같이 되어서는 왜 안 되는가! 그것을 알 수 없다. 생명이 있는 곳에 왜 그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생겼는가! 그 것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알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식적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알 수 있는가! 인간의 감정이 왜 이렇게 미묘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인간의 지혜로도 알 수 있나! 안다는 것은 대충짐작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한다. 이 중요한 것을 아는 이가 있다면 여러 가지를 듣고 싶다.
하지만 알 수 없으므로 하찮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제일 현명한 사람 하나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을 알고, 또 그에 필적할 현자는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어라“ 고 했다. 알고 있는 것을 알리므로 비로써 알고 있는 것이 제 값을 하는 것이다. 무엇이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끌려 가면 화(禍)를 입을 것이다.
그들이 만약 인간을 지어 냈다면 얼마나 허술하고 얼빠진 것을 만들었을까! 아무튼 그것마저도 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우리가 색깔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빛의 파동의 짜임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왜 형체의 아름다움이라든가 색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를 알 수는 없다. 알 수 없더라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실에 따라 움직임에는 변함이 없다.
맛은 혀에 있는 미각이 자극돼서 이것을 어떤 신경을 통해서 느껴질 것이다. 어떻게 자극해야 맛을 느끼는지를 우리는 모르면서 맛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간이 앞으로 더 진보된다면 배를 불리지 않고서도 미각을 자극해서 맛의 오케스트라만치 즐기는 것을 발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자극을 한다고 해서 왜 즐거운 맛을 느끼는지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을 사실로서만 인정할 뿐인 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될 때, 어떤 친구에게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좋아지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 지 알 수 없다. 지식은 이런 중요한 것을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는 가를 알아내는 것 뿐이지, 지식이 이런 중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은 없다.
지식이 결코 바보스럽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중요한 것을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설픈 지식을 갖고 있는 반 걸치기 지식보다는 무지(無智)한 인간 쪽이 싱글벙글 쌩쌩하게 기분 좋은 경우가 있다. 어설픈 지혜를 가진 사람은 물질적으로 사물을 볼뿐만 아니라 인정(人情)을 경멸(輕蔑)하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 존경한다고 하드래도 그것이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고 공리적(功利的)인 의미로 존중하는 것이다. 지혜는 인간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데 한 역할을 한다. 또 전쟁 같은 것도 지혜가 없으면 패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야만인이 아닌 것을 기뻐한다. 문명은 인간의 지식이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더불어 오늘날의 문명의 병폐도 잘 못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이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올바른 지식, 즉 인간으로서 보다 중대한, 제일의 것을 중심으로 하여 문명을 자아낼 수 있었다면, 우리는 현재보다 훨씬 안락하고, 서로 사랑하며 존경하며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혜나 노동을 돈벌이를 향해 줄 서있고, 인간의 생명이 보다 나아지는 쪽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현대의 우리는 망하는 인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 외국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함께 국민의 생활을, 인정(人情)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기계(器械)의 기계(器械)가 되거나, 돈벌이 기계(器械)가 되면서 보다 인간다운 심성을 무지러지게 했다. 우리는 아직 불행한 인간은 아니다. 우리보다 더 불행한 인간은 도처에 얼마든지 있다. 이들을 돕고자 하는 이도 얼마든지 있다. 인간이 어떤 방법으로든 바른 노동을 한다면, 과로하지 않고 생활의 안정이 이룩될 것이고, 병들었을 때는 안심하고 요양할 수 있고, 그래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게 되며, 아름다운 우정에 싸이게 되면서 때때로 활기찬 스포츠를 할 수 있으며 관전할 수 있으며, 또 좋은 음악이나 예술작품에 접할 수 있고, 학문을 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학문에 몰입하게 되고, 학문이 싫은 사람은 자기의 적절한 노동을 하고, 돈을 즐기는 사람은 여가를 이용해서 벌되 다른 사람을 가난하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유로이 돈벌이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以上)으로 자기완성과 다른 이의 사랑과 우애가 자연스레 생겨나도록 되면 이세상은 훨씬 살기 좋고 기분 좋은, 건강한 사회로 된다고 생각한다.
그 때에도 뛰어난 사람은 나름의 훌륭한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적(犧牲的)정신을 살려감으로써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도록 될 것이다.
그러면 보통사람은 행복하고 건강한 생을 즐길 것이다.
그 때에도 불행한 사람은 있을 것이지만 이는 될 수 있는 한 보살펴서 동정하여서 그들이 위로받으면서 살다가 세상을 떠나가게 될 것이다. 이 일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고쳐서 나을 병은 심하게 비로쇄지 않도록, 충분히 돌보아 낫게 하는, 그런 세상이 되면 지금의 세상에서처럼 젊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오래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본래의 생명을 건전하게 잘 살려 나가도록 하는 것이 인간에게 허락된 가장 큰 행복이라고 본다. 그래서 자기의 의무를 대범하고 훌륭히 해내고서 그 여가를 십분 즐긴다면 인생은 유쾌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인생을 중심으로 하여 건설되어야지 돈을 모으기 위한 인생일 수는 없다. 단지 외국과 싸워서 지지 않을 뜻만 필요하여 그 수단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한다고 의미 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서 또는 동포를 위해서 일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래서 조국의 국민들이 생명을 아름답게 살려낸다면 외국 사람도 우리국민을 선망하고, 같은 식의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면서 우리에게 배움을 청할 것이다.
우리가 우선 협력해서 조국의 동포들의 생활을 올바른 기초위에 놓고 싶다. 이것을 바른 노동으로의 생활위에 지어가고 싶다. 다른 사람이 이기적인 일을 도와서 생활하기보다는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생명을 완성으로 이끄는 일을 위해서 우선 일하고 싶다. 인간의 생명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바른 학문과 바른 노동, 바른 기술, 바른 자기완성은 반드시 인간을 위해서 할 일이다.
건전한 나라로 만들 일, 곧 국민 한사람이라도, 보다 많이 자기의 심신을 올바르게 닦는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우선 자기의무를 다하는 것으로서 훌륭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되도록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기는 어떤 방면에 나아가야하는가를 정하고 그 방면에 될 수 있는 한 열심히 매진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이 허락될 때에는 잠시 실력을 키워서 허락된 일을 을 하며 생활하게 되는 것도 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자기가 가고자하는 길을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자기 힘을 모르고 철없이 덤벼들어 자기가 하고 싶었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달려든다면 실패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 안에서 약동하는 생명력은 결코 약하지 않지만 현실적인 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참으로 자기의 본심에 쫓아서 살아가려고 하는 종교가들은 걸식의 생활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실에 과감할 수 있는 데까지 과감해져도 걸식 이상으로 해치우지 못함을 아는 그들은 그 생활을 달게 받아 자기의 하고자하는 바를 행하고 말하고 싶은 바를 말 하였다. 그러나 그런 지경에 까지 이르지 못한 사람은 현실과 곧 타협할 필요를 느낀다. 이 타협으로 많은 사람이 위로받으면서 현실은 드디어 승리를 얻고, 사회는 점점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면서 진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이 내심(內心)의 요구(要求)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본심(本心)에 쫓지 않는다면 명랑한 정신적인 건강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나, 푸른 하늘아래 서서 우러러 부끄러울 바가 없노라.”
는 기분으로는 되지 못한다. 어쩐지 기가 죽게 된다. 그러나 이 길만이 바른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며, 동경(憧憬)하여 그 길에서 수업(修業)에 힘쓴다면 알찬기분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 밟히고 밟혀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푸른 하늘을 보며 웃음 지으리.
별은 그 때에 빛을 내려 맞아 주리라.”
“걸어갈 수 없으면
기어서라도 가자
극락(極樂)의 길
모든 이의 삶, 그 길
도중에서 지치면
외치자
뒤에 오는 이여 만세!
우리가 하지 못한 것은 그대들이 하여라.
그대들이 하지 못한 것은 또 그 다음 세대가 할 것이다.
인간은 살아내는 것이고
관철(貫徹)하는 것이다.
극락(極樂)의 길
모든 이가 사는 그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