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힘은 약하고 작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을 아무리 맡아서 하려해도 맡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자기의 힘을 보탤 수는 있다. 그래서 어떤 명분으로든 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봉사라는 것이 기생이 되거나 젊은 중 이 되는 것이 아니고 공공(公共)의 이익을 위한 봉사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봉사에도 여러 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어떤 봉사를 강제하는 것은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수 있다. 사람에게 실로 여러 가지의 유형이 있어서 십인십색, 백인백색, 천인천색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각자가 멋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백 사람 중에 칠팔십 명은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게으름을 피울지도 모른다. 또 자발적으로는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교육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잘 교육하면 마흔 사람 중에 스물 네 댓 사람은 훌륭한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 나는 나의 작은 경험으로 말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표준으로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림하여 말하자면, 서른 사람이 있다면 그중 병에 걸린 사람은 제켜놓고 그중에서 두세 사람은 될성부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두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있다. 성질이 좋지 않은 사람도 한두 사람은 있을지 모른다.
그 밖의 사람은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행복하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좋은 가정을 꾸리고 휴일을 즐기면서 적당히 오락도 할 수 있다면 아무런 불만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선량하고 사랑스런 사람은 해를 입히지 않을뿐더러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므로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옹골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을성싶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제일 훌륭한 국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회가 명하는 대로 선을 선으로써 악을 악으로써 알고, 특별히 그것에다 큰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사람도 돈과 명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극히 평범한 일생을 보내고 별다른 고통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즐겁게 사는 것으로 족한 사람들이다. 그 밖의 적은 수의 사람들을 말한다면, 건전한 사회라면 별로 해를 끼치지 않겠지만 신용할 수는 없다. 이런 사람들은 약삭빨라서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내 딸은 이런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다.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패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회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머리가 명석한 사람들과 성질이 유순한 사람들, 또 재미있는 두세 사람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될 사람이므로 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의 경우를 위해서, 자기의 가치를 십분 발휘 하지 못하고 세상을 마감하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나라에서 보호육성해서 모든 면에서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여 발전 할 수 있는데 까지 발전시켜 보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타고난 소질보다는 끊임없는 공부로서 진보되는 것인데, 이렇게 진보하는 소질은 또 따로 있다. 소견이 빨리 들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멈추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소견이 일직 들면서 끝까지 멈추지 않고 진보하는 사람도 있고, 또 늦게 소견이 들었어도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렇듯 멈추지 않는 이에게 내가 큰 기대를 하는 이유는, 이런 사람은 그 사람에게 알맞은 일을 맡겨서 시킬 일이지 곁가지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런 면에서 충분한 힘을 쓸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 힘을 힘껏 다 발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죽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좋다. 과거의 인류를 위해서 일한 사람에게 우리가 감사하고 과거의 국가를 위해서 일한 사람에게 국가가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이미 사라졌다. 더 이상 일하도록 부탁할 수가 없다. 앞으로 태어날 사람도 틀림없이 훌륭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지만 태어날 때까지는 별도리가 없다.
우리는 지금 태어나서 살고 있는 이에게 되도록 많은 일을 해주십사고 할 수 밖에 없다. 문명이란 이런 일하는 사람들의 진가를 이 땅위에서 토해낼 수 있는데 까지 토해내도록 하는, 설비(設備)가 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향락적인 설비는 문명의 잘못 된 꽃이다. 이것을 일일이 부정하지 못하지만 문명의 건전한 꽃은 보다 존경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의 건전한 꽃에는 건전한 열매가 열릴 것이다. 진정한 문명은 찬미해야한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인간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한의 극락(極樂)을 이 땅 위에 건설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의 본래 생명이 존중되면서 아름답게 가꾸어지는 때에 그 문명의 아름다운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그 때에 사람들은 생활을 즐기고, 실업의 걱정은 물론이거니와 생활의 걱정에서 해방되고, 기계(器械)는 인간에게 봉사하여 노예의 역할을 도맡아서 하게 되고, 인간은 독립된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면서 살며, 모든 사람이 지금의 부자들 이상으로 풍요한 생활이 가능하여질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한없이 아름다울 것이며 예술을 즐기는 것 또한 누구나 맛보고 싶을 때에 심취하게 되고, 우정도 아름답게 꽃피고 스스로 의무를 다하면서 서로가 존경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또한 참을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은 정복되고 참을 수 있을 만한 적당한 고통은 즐겨 맛보는, 요리정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평화스럽게 죽어가고 사랑하는 사람은 즐거운 삶을 이어갈 것이다. 지구상에 가고 싶은 곳은 어지든지 갈 수 있고 가는 곳마다에는 환영일색이니 생명의 위험도 없을 것이고 언어의 부자유스러움도 없어질 것이고 누구나 마음으로부터 울어 나오는 사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점점 진보해서 인간의 생활이 풍요롭게 되면서 즐겁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니 죽을 때는 또한 죽음이 어딘가 모르게 유쾌하여 편안하게 될 것이다. 죽음의 공포와 고통은 인간의 손으로 정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기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마침내 자연은 인간들이 자연의 생각한 대로의 세상에 들어갔기에 인간에게 인간을 맡기면서 안심할 것이다.
종국에는 인간의 세계가 오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사랑하면 족할 것이다. 뛰어난 음악가와 한 잔하고, 재능이 넘치는 화가와 또 한 잔하고, 재주가 넘치는 시인도 한잔하고, 재주 있는 무용가와 아름다운 인간들도 모두한 잔씩 하며, 듣는 것 보는 것 모두 넘치게 아름답고, 더하여 사람의 마음이 아름다우니 노력 없이도 도(道)에서 벗어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규범을 어기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이것은 지금의 우리로선 꿈이다.
요리의 명인이 위생은 빈틈없이 신경을 쓰겠지만, 돈이 없어도 무엇 하나 부자유(不自由)한 데가 없는 세상, 너와 나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다. 자기 것에 돈을 지불하는 바보는 없다. 더하여 먹고 싶은 것을 만족하게 먹을 만치 먹을 수 있는 세상, 어디를 가나 형제자매이고, 두 세 시간 일하면 남아나는, 그런 세상이다.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