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역인생론60.악마는 이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사랑을 뿌린 이는 사랑을 거두어들이고 미움을 뿌린 사람은 미움을 거두어들인다. 신(神)과 악마(惡魔)는 지지 않으려고 씨를 뿌려 자기들의 수확(收穫)을 거두어 들였다. 악마는 자기의 수확(收穫)이 많아 기뻐하며 신(神)을 보고 조롱(嘲弄)했다. “댁의 수확은 참으로 많소이다.” 신(神)은 대답하지 않고 눈물을 글썽이며 수확(收穫)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 어째서 아름다운가!” 신(神)이 무심코 말하였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악마는 비웃었다. 신은 이때 악마를 보며 말하였다. “너는 어째서 공허한 것을 좋아하느냐? 네가 거두어들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것뿐이다. 인간은 때에 따라서 너의 노예가 되지만 그것은 사라져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악마는 “그럴 이야 있겠는가?”고 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악마의 수확(收穫)은 산더미처럼 쌓이더니 그대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신이 거둔 수확(收穫)만은 더더욱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 인류(人類)가 다가왔다. 신은 인류(人類)를 보고 반기면서 말하였다. “네 어린 것들이 또 이토록 훌륭한 일거리를 남겨 놓았구나. 너는 더욱더욱 생장(生長)하여라. 이제 나보다도 더 크게 될 지도 모른다.” “웬 말씀이십니까?” 인류는 황공하여 말하였다. 악마는 이를 보고 분하고 억울해하며 말하였다. “사람아! 이것을 보아라. 이래도 너는 흐뭇해하면서 인류가 생장(生長)한다고 말할 수 있나?” “무엇을 보란 말이요?” “이것이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것이다” “아무것도 안 보이오. 내게는 내 생명에 요긴(要緊)하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보여도 곧 잊히고 만다. 허망한 것에 수고하는 멍청이여. 그래도 나는 당신도 좋아하는 데, 이는 때때로 인간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아직 신(神)만으로는 좀 애처로우니까요.” 하지만 악마는 이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무샤노고우지사네아쓰(武者小路實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