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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론 노트

여행(旅行)에 대해서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에서 여행길에 오를 것이리라. 어떤 이는 영업목적으로 떠날 것이고 어떤 이는 관찰할 목적으로 떠날 것이고 그런가하면 어떤 이는 휴양을 위해서 나설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친척의 불행한 일을 돌보기위해서 나설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위해서 나설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갖가지 목적으로 길을 떠나는 것이다. 인생이 여러 유형인 것처럼 여행도 다양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어떤 이유로 길을 떠날지라도 모든 여행길에는 여행으로서의 공통의 감정이 있는 것이다. 하룻밤을 자고 오는 나들이하는 사람이나 한 해를 보낼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이나 간에 여행에는 서로 비슷한 감회가 있다. 마치 인생이 갖가지라 하드래도, 짧은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나 오래 사는 사람에게나 모든 인생에는 인생으로서의 공통검정이 있는 것처럼, 여행에도 그런 비슷한 감정이 있는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일상의 생활환경을 벗어나는 것이고 평생의 습관적 관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렇게 해방되는 기쁨이다. 새삼스레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여행이 아니래도 여행에서는 누구나 어떤 해방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인생길에서 탈출할 목적으로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굳이 탈출의 유혹에 끌리어 여행하는 것이 아니래도 여행에서는 누구나 탈출 비슷한, 야릇한 기분으로도 된다. 여행의 주된 대상은 대부분 자연인 것이다. 인간생활이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생활의 범주(範疇)라고 하는 것도, 이것과 관계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 관한 이런 해방 내지는 탈출의 감정에는 언제나 또 다른 감정이 겹쳐져 있는 것이다. 즉 여행은 모든 사람에게 많거나 적거나 간에 표백(漂白)의 감정을 품게 하는 것이다. 해방도 표백인 것이고 탈출도 표백인 것이다. 거기에 여행의 감상(感傷)이 있는 것이다.

 

   표백의 감정은 어떤 운동의 감정이 있기에, 여행은 이동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확실히 운동의 감정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길의 표백이이라는 것을 몸에 스미게 느끼는 것은 차를 타고 이동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숙박하면서 몸을 푸는 때일 것이다. 표백의 감정은 단순한 운동의 감정은 아니다. 여행길에 나서는 것은 일상의 습관적인 것, 따라서 안정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이런 생활에서 일어나는 불안에서 표백의 감정이 솟아나게 하는 것이다. 여행은 무언가 모를 불안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표백(漂白)의 감정(感情)은 아득한 감정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어떤 형태의 여행이라도 아득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멀기는 몇km라고 잴 수 있는 거리와는 관계없는 것이다. 매일 먼 거리에서 기차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그는 이런 따위의 멀기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그 보다 가까운 거리일지라도 하루를 여행한다고 하면 그는 아득히 먼 거리를 맛볼 것이다. 여심(旅心)은 아득하고 이 아득함이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에서 늘 크거나 작거나 낭만적(浪漫的)으로 되는 것이다. 낭만적인 심정이란 것은 아득히 먼 느낌에 다름 아니다. 여행의 즐거움중의 절반은 이렇게 하여 상상력을 자아내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의 유토피아라고 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행이 그저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는 여행의 번거로움이 따른다. 가방 하나만 메고 여행길에 오르는 단출한 여행도 여행에는 여행의 번거로움은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이나 걸어서 가는 여행이나 모두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아득히 멀고, 더욱이 언제나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표백의 감정이 솟아난다. 표백의 감정은 그저 아득한 감정만은 아니다. 아득하고 부산함이 있는데서 우리는 표백을 느끼는 것이다. 아득하다고 마음먹었는데 서두르고 부산할 필요가 왜 있겠는가! 그것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여행은 언제나 멀면서도 동시에 언제나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 과정(過程)이라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여행은 과정이기 때문에 표백(漂白)인 것이다. 출발점이 나그네길인 것은 아니다. 그런가하면 도착지가 나그네길인 것도 아니다. 여행은 끈임 없는 과정인 것이기에, 단지 목적지에 닿는 것만을 문제로 해서 중도(中途)를 맛볼 수 없는 것은 여행의 진정한 재미를 맛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언제나 도착점을 주로하고, 결과만을 문제시한다. 이것이 행동이랄까 실천이랄까 하는 것의 본성(本性)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행은 본질적으로 관념적(觀念的)인 것이다. 여행에서 우리는 언제나 보는 것에 그치고 있다. 평생의 실천적 생활(實踐的生活)에서 벗어나서 순수한 관상인(觀想人)으로 된다는 것이 여행의 특성인 것이다. 여행이 인생에서 갖는 의의(意義)도 여기에서 찾을 수 가 있을 것이다

 

   왜 초행길은 먼 것인가? 미지(未知)의 것을 향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일상의 경험에서도 모르는 길을 처음으로 걸을 때에는 실제보다 멀리 느껴지는 것이다, 가령 모든 것이 이미 내게 잘 알려졌다고 하면, 일상적인 통근 정도의 것은 느껴도, 본질적인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행은 미지의 것에 이끌리는 것이다. 때문에 여행에는 표백(漂白)의 감정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나들이 길에서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단순히 도착점이나 결과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정이 중요한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중도(中途)를 신경 쓰는 이는 반드시 무엇인가 새로운 것, 생각지 않았던 것과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은 습관적으로 된 생활 형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므로, 이렇게 해서 작거나 크거나 간에 새로워진 안목(眼目)으로 사물(事物)을 대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또 사물을 다소간에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평생을 그저 그렇게 보아왔던 것들이 여행길에서는 새롭게 느껴질 때가 언제나 있게 되는 것이다.

 

   여행의 이로움은 단지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전적으로 새로운 것이란 어떻게 있을 것인가? - 오히려 평소에 그저 그런 것들,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도 놀랍고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실상생활은 행동적으로 되어 있어서 도착(到着)이나 결과에만 관심을 두지 그 밖의 것, 중도(中途)의 것, 과정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전제 되어있다. 매일 습관적으로 통근하는 사람은 그의 집을 떠나서 근무처에 이르기까지의 사이에 그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과 마주쳤는지를 생각해 낼 수 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행에 있어서는 순수하게 관상(觀想)적으로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인 것이다. 이렇듯 순수하게 관상(觀想)적으로 됨으로 해서 평생 알고 있었던 것 자명(自明)하다고 여기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새롭게 놀라고 더러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여행이 경험이며 교육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인생을 나그네길이라고 곧잘 얘기한다. 저 유명한 파초(芭蕉)의 깊고도 섬세한 글귀를 인요하지 않더라도 이는 누구에게나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밀려오는 실감(實感)인 것이다. 인생에서 우리가 품는 감정은 우리가 여행길에서 얻는 감정과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 왜 그럴까!

 

   ‘어디로부터 어디에’ 라고 함은 인생의 근본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것이 언제나 인생의 근본적인 수수께끼인 것이다. 그런 한은 인생이 나그네 길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 인생의 감정으로서는 변할 수 가 없을 것이다. 대체 인생에서의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 인생은 미지(未知)의 것에 대한 표백(漂白)인 것이다. 우리가 가서 닿는 곳은 죽음이라고 말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드래도 죽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다르게 보면 어디에서 왔는가의 물음일 것이다. 과거(過去)에 대한 배려(配慮)는 미래(未來)에 대한 배려(配慮)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표백의 여행길은 언제나 딱 움켜잡기 어려운 향수(鄕愁:nostalgia)가 따른다. 인생은 길다. 그리고 멀다. 하지만 인생은 불안정(不安定)하다. 인생행로는 먼가하면 그럼에도 가깝다. 그 것은 죽음은 각각으로 우리의 발밑에 와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와 같은 인생길에 있기에 인간은 꿈을 꾸기를 그치지 않는 것이리라. 우리는 우리의 상상(想像)에 따라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적거나 많거나 간에 몽상가(夢想家:utopian)인 것이다. 여행은 인생의 모습(模襲)인 것이다. 여행에서 우리들은 일상에서 떠나고, 그래서 순수한 관상(觀想)적 사람으로 됨으로써 우리의 생(生)은 그저 그렇게 자명(自明)한 것, 이미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전제(前提)되었던 인생에 대하여 새로운 감정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여행은 우리에게 인생을 맛보게 한다. 아득한 감정이나, 저 손에 잡힐 것 같은 아련한 감정하며, 저 운동(運動)의 감정 하며, 나는 그것들이 객관적인 아득함이나 가까움과 운동과 관계없다는 것을 말해왔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자연 속을 걷는 여행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을 떠나서 인생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 그 자체의 모습인 것이다.

 

   이미 이야기 한 것처럼 사람은 이따금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한다. 여행은 확실히 그를 해방시켜줄 것이다. 하지만 그로 하여 그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다. 해방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서의 자유로워짐인데 이러한 자유는 소극적인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 변덕스럽게 되기 쉽다. 사람의 심성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여행은 사람들을 많거나 적거나간에 모험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런 모험조차도 달리 보면 변덕인 것이다. 여행에서의 마음이 맑아지는 감정은 이렇게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워짐에 근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덕부림이 진정한 자유는 아니다. 마음이 변하게 되거나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사람은 여행에서도 참된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또 여행은 우리의 호기심을 활발하게 끌어내지만 호기심이 참된 연구심이나 참된 지식욕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호기심은 변덕이고 한곳에 머물러서 보려고 하지 않고서 다음 다음으로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 한 곳에 머물러서 하나의 사물에 깊이 몰입(沒入)하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사물을 참으로 볼 수가 있겠는가. 호기심의 밑바탕에 있는 것도 딱히 정해지지 않은 표백(漂白)의 감정인 것이다. 또 여행은 인간을 감상적으로 이끌어 들인다. 하지만 감상(感傷)에만 빠져 들어선다면 무엇 하나 깊이 생각할 수 없고, 무엇하나 독자적(獨自的)인 감정(感情)을 갖지 못하고 여행을 끝마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사물(事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움직이면서 정지해 있으며, 정지해 있으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동즉정(動卽靜) 정즉동(靜卽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발길 닿는 곳에 청산(靑山)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조금 감상적이라서 언짢은 점은 있으나 그 의의(意義)에는 꿰뚫음이 있어서 진정한 여행을 맛보게 되는 것이리라.

 

   진정으로 여행을 맛보는 사람은 진정한 자유인 것이다. 여행을 함으로써 슬기로운 사람은 더욱 슬기로워지고 어리석은 사람은 점점 어리석게 된다. 늘 사귀어오던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함께 여행을 떠나 봄으로써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각기 나름의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에서의 진정한 자유인은 인생에서도 참 자유인인 것이다. 인생(人生) 그것이 여행(旅行)인 것이다./미끼기요시/외통


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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