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아 풀어야 할 온전한 고향땅인데, 그 한 쪽 밖에 보지 못한 내 젊은 날의 고향 머므름이었으니 어쩌랴! 성현의 혼을 빌려 이렇게라도 가 볼밖에. 외통
율곡선생의 금강산 답사기 20
371. 듣건대 우주가 열리기 전엔 (오문태극전 吾聞太極前) 372. 조화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만화불개장 萬化不開張)
373. 다사한 산신령이 무슨 심사로 (산령의하여 山靈意何如) 374. 만물의 시초를 보여 주는고. (시아물지초 示我物之初)
375. 바람은 없는데 점차 흩어지고 (무풍점풍산 無風漸飄散) 376. 반쯤은 걷히고 반쯤은 펴네. (반권환반서 半券還半舒) 377. 비로소 두어 곳 모습 드러내 (시로수점수 始露數點秀) 378. 하늘위에 뫼로 홀로 드러내. (고여천상수 孤如天上峀) 379. 짙푸른 긴 눈썹 그림 그린 듯 (농청화수미 濃靑畵脩眉) 380. 목욕 뒤 붕새의 부리이란다. (욕해건붕촉 浴海褰鵬躅) 381. 느닷없이 모진 바람 일어나는데 (아경질풍기 俄驚疾風起) 382. 빠르기가 달리는 총마와 같네. (사약화류취 駛若畵騮驟) 383. 이윽고 안개가 걷히더니만 (수유무점재 須臾無點滓) 384. 시야가 시원스레 활짝 트이네. (안력개통투 眼力皆通透) 385. 어떤 것은 뾰족해서 칼끝과 같고 (혹첨약검봉 或尖若劒鋒) 386. 어떤 것은 둥글어서 제기와 같네(혹원약변두 或圓若籩豆) 387.어떤것은달리는뱀처럼길게 뻗었고(혹장약주사或長若走蛇) 388. 어떤 것은 짐승이 누워 있는 듯. (혹단약와수 或端若臥獸)
389. 어떤 것은 만승의 천자와 같아 (혹여만승존 或如萬乘尊) 390. 대궐문 열어 놓고 조회하는 듯. (조회개천문 朝會開天門)
391. 의관을 정제하고 시립을 한 듯 (의관엄시립 衣冠儼侍立) 392. 거마가 구름처럼 모여서 있네. (거마여운둔 車馬如雲屯) 393. 어떤 것은 석가여래 모습을 닮아 (혹여석가불 或如釋迦佛) 394. 중생을 거느리고 영취산 기댄 듯.(영중의영추 領衆依靈鶖)
395. 오랑캐 추장이나 귀신 두목이 (만군여귀백 蠻君與鬼伯) 396. 다투어 나오면서 머리 숙인 듯. (경진두집집 競進頭戢戢)
397. 어쩐 것은 오기나 손빈 같아서 (혹여오여손 或如吳與孫) 398. 북을 치며 삼군을 지휘 하듯. (격고진삼군 擊鼓陳三軍)
399. 철마로 칼과 창을 휘둘러대니 (철마진도쟁 鐵馬振刀鎗) 400. 장사들은 앞을 다퉈 추격하는 듯.(장사쟁추분 壯士爭追奔)
401. 어떤 봉은 그 모양 사자와 같아 (혹여사자왕 或如獅子王) 402. 짐승의 온갖 무리 위압하는 듯. (위압백수군 壓百威獸群)
403. 어떤 것은 비를 탄 용과 같아서 (혹여행우룡 或如行雨龍) 404. 사나운 모습으로 구름을 뿜네. (탈렵분음운 奪鬣噴陰雲) 405. 어떤 것은 호랑이가 바위에 기대 (혹여고암호 或如靠巖虎) 406. 한길에 웅크리고 두리번거려. (고면당로준 顧眄當路蹲)
407. 어떤 것은 서적을 높이 쌓은 듯 (혹약문서적 或若文書積) 408. 한나라 업후의 3만권 책과도 같네(업후삼만축鄴候三萬軸)
409. 어떤 것은 부도를 세운 듯해서 (혹약건부도 或若建浮圖) 410. 양나라 소연이 세운 구층탑 같다(소양구층탑 蕭梁九層塔) 411. 어떤 것은 옹기종기 무덤 같아서 (혹약류류총 或若纍纍塚) 412. 정령위가 고국을 찾은 듯하고. (영위심고국 令威尋故國) 413. 어떤 것은 읍을 하고 사양하는 듯(혹향여읍양 或向如揖讓) 414. 어떤 것은 등을 돌려 독기 품은 듯(혹배여포독或背如抱毒) 415. 어떤 것은 성그러서 서로 피한 듯 (혹소약상피或疎若相避) 416. 어떤 것은 오순도순 서로 친한 듯(혹밀약상압或密若相狎) 417. 어떤 것은 아리따운 요조숙녀가 (혹여요조녀 或如窈窕女) 418. 규방에서 정숙을 지키고 있듯. (심규수정숙 深閨守貞淑)
419. 어떤 것은 선비가 독서를 하듯 (혹여독서유 或如讀書儒) 420. 고개 숙여 문적을 뒤적거리네. (저두피간독 低頭披簡牘) 421. 어떤것은맹분과하육의무리같아서(혹여분육도或如賁育徒) 422. 용기를 뽐내며 호통 치는 듯. (가용기포발 賈勇氣咆勃)
423. 어떤 것은 스님이 참선하듯이 (혹여좌선승 或如坐禪僧) 424. 명아주 평상에서 무릎 꿀은 듯. (려상천양슬 藜牀穿兩膝)
425. 어떤 것은 새매가 토끼를 채듯 (혹약박토응 或若搏兎鷹) 426. 어떤 것은 사슴이 새끼 안은 듯. (혹약포아록 或若抱兒鹿) 427. 어떤 것은 놀란 오리 풀쩍 나는 듯(혹상약경부或翔若驚鳧) 428. 어떤 것은 우뚝 선 고니 새 같고, (혹치약립곡 或峙若立鵠) 429. 어떤 것은 방자하게 번듯 누웠고 (혹언연사지 或偃然肆志) 430. 어떤 것은 스스로 굽힌 듯하네. (혹미연자굴 或靡然自屈) 431. 어떤 것은 흩어져서 합치지 않고 (혹산이불합 或散而不合) 432. 어떤 것은 이어져 끊기지 않아. (혹연이불절 或連而不絶) 433. 그 모든 형상이 제각기 달라 (만상각이태 萬象各異態) 434. 탐내어 구경하다 옮김 잊었네. (탐완망이족 貪翫忘移足)
435. 중도에서 그만 둘 생각은 없고 (불가폐반도 不可廢半道) 436. 정상에 기어코 올라야겠네. (아욕궁기고 我欲窮其高) 437. 무엇이 내 몸을 둘렀나 하면 (요신시하물 繞身是何物) 438. 이따금 지나가는 구름이었네. (시유행운고 時有行雲孤)
439. 구름이 다다르지 못하는 곳엔 (행운불급처 行雲不及處) 440.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치네. (숙숙강풍호 肅肅剛風號) 441. 나는 솔개나 깃든 새매도 (비연여서조 飛鳶與捿鶻) 442. 내 걸음 따라오지 못하겠지 (막능추아고 莫能追我翶)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