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1

외통인생 2008. 10. 1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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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술을 신뢰하는 아내의 태도에눈 지금도 아무런 변함이 없다. 부모에 대한 효심에서 출발하는 생각과 언행은 어느 누구도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데서 반론을 제기하기에 주저하게 되고 끝내는 삼갈 수밖에 없으니, 그것은 온전히 혈육의 관계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무겁고 두려운 결단이기 때문이다.

장모님의 수술을 결정하는 분들은 아내를 비롯해서 모두 같은 피를 나눈 아들딸들인데 여기에 가타부타하고 입을 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우리부부를 망라해서 모든 부부의 어느 한쪽은 ‘중간자(中間子)’로밖에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때 불안해지는 것은 틈입(闖入)여부에 관계없이 결과에 대해서 함께 지는 심적 부담이다. 그렇다고 해서 끼어 들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 자승(自乘)의 무게를 지게 됨은 빤한 노릇이니 또 묵묵부답으로 피가 섞이지 않은 티를 낼 수밖에 없다.

매사에 적극적인 아내는 불문곡직하여 수술의 길을 밟아 나간다. 고희를 넘긴 분에게는 쉽사리 수술결정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의술에 철저하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아내의 경우가 그 살아있는 증인으로 되어, 처형들의 마음을 동요 없이 한곳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힘들게 내린 결단에 모두들 마음을 모아 주었다.

성공적인 수술이 되기를 빌면서 나는 일상에 뛰어들었다. 어둠 속에 갇히기 싫고 땅 밑의 고독이 싫다고 하신 장모님은 각각으로 조여 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계신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일을 수없이 맞는 우리들이 자기중심적으로 풀어서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전갈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내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는듯하여 마음이 아리다. 어머니는 망각의 저쪽에 계신다. 아직도 살아계시리라는 믿음을 떨칠 수가 없고, 이미 돌아가셨다고 전해들은 아버지의 모습도 내가 떠나온 그 때의 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북쪽의 찬바람이 싸늘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언제나 고향의 꿈을 날라 오는 초겨울의 북쪽바람, 계시는 쪽 하늘을 바라보도록 얼굴을 스친다. 어머니의 삼베 행주치마에서 매운 불 냄새를 맡는다. 시월은 풍요의 달인데, 가물거리는 추억을 되살려 실어 나르는 북풍은 오늘도 불고 있다.

추석, 추수, 시제(時祭), 벼를 가득 실은 달구지, 낟가리, 이런 것들은 지금 내가 걱정하는 수술후유증과 아무 상관없이 그대로, 망막에서도 지워지지 않고 되감기고 되풀린다. 수술 같은 것은 아예 생각 할 수 없는 삶의 영역, 그 시절 그 환경 안에서 이루어졌던 이 모든 것들이 바람을 타고 밀려와서 가슴을 후빈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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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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