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인생 2008. 10. 10. 08:54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5521.030811 복

이름도 거창하게 ‘면허증’이다.

이 땅에서 '증'의 위력이 얼마나 센가를 실감하면서도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짬을 낼 수 없었던, 핑계 있는 무덤에서 산 내게 ‘증’ 같은 ‘증’이 생겼으니 ‘무덤 핑계’는 면했다. ‘증’이라야 이때까지 갖고 있던 것은 고작 ‘주민등록증’뿐인데, 따지자면 이것도 내가 필요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나라가 사람마다 달아주는 꼬리표임에 진배없는 것이니 학교의 졸업증명서 하나 없는 내가 그나마 땅에 발을 딛고 나다닐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실험적 과정을 겪으면서 눈물을 흘렸고 수습 기간에 힘을 다해 뛰면서 나를 ‘움직이는 증(證)’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증’의 몫으로 내 한정된 인생의 시간을 내어 주어야 하니, 또 다른 경쟁에 몰리면 허둥댈 수밖에 없고, 그때 또다시 ‘증’ 대신하여 내 몫의 신용과 내 시간을 내가 주어야 하는 꼴이다. 그러니 허공에 뜬 내가 발을 붙이고 거닐 수 있는 것이 마치 기적이라고들 말할 수 있다.

고달픈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요일이 다가왔다. 짬을 내어서 문제집을 몇 번 읽어본 것을 밑천으로 자동차를 굴려보겠다는 배짱이다. 올라탔지만 예상했던 대로 금을 밟고 말았다. 몇 시간을 혼자서 반복 연습한 덕에 간신히 트럭의 운행 감각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학원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으면서 시험장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생활 습성에서 비롯된 오만일 수도 있지만 그만치 펴놓고 시간 내어 다닐 수 없는 내 빡빡한 일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매인 시간을 활용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첫날은 보기 좋게 떨어졌다. 열흘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학과 시험을 면제받을 줄에서 이탈하여 새로이 학과 시험부터 치르는 줄을 택했다. 그것은 학과에 합격하는 당일에 코스와 운행을 치르기 때문에 날짜로 따져서는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다시 며칠 만에 시험을 보았고 학과 실기 모두 통과되었다.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내 과감한 행동에서 비롯된 자동차 조작의 결과였지 않았나 싶다. 떨어질 각오로 하니까 안정되었고 안정되니까 잘 조작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무렵에 이미 자동차를 가지고 있었고, 난 내생의 전기(轉機)를 마련한 기분이었다. 집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트랜지스터라디오와 선풍기를 샀던 60년 초와 전화기와 텔레비전을 샀던 70년 초의 기쁨과 버금가는 즐거움이었던 자동차 구매의 80년 초였다. 세월과 함께 살림도 늘고 더불어 보람도 키웠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평범하고 소박한 기쁨조차 누릴 수 없는 내 특이한 환경으로 해서 기쁨은 곧바로 싸늘하게 식어갔고 마침내는 무거운 짐으로 어깨가 짓눌렸다.

마음에 담아 안고 다니는 어머니 그림자를 장모님께 깃들여 보살피는 심경이 장모님의 심상치 않은 병환으로 무너져 내린다. 마음을 다하여 즐겁게 해드림으로써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즐거우시리라는 생각에 위안받는 내게, 이런 대리만족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먹구름 일고 비가 내린다. 무력감에 잦아든다.

승용차로 우리와 함께 훨훨, 날다시피 누비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그때 바라보는 내 얼굴은 얼마나 흐뭇한 표정이 일까? 더불어 우수에 잠기면서도 위안을 담뿍 안았으리라.

한데 내 꿈이 깨어지는 어제오늘에 마음이 착잡하다. 내 어머니를 대신하는 장모님, 이 장모님의 병환이 쾌차하여 우리 가족과 함께 어디든지 달리고 싶었는데 그만 내 꿈은 기어이 이루어지려는지, 짜릿한 오늘의 기쁨이다.

‘할마시 복도 지지리 없데이!’ 아내의 넋두리는 온종일 귓전을 맴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복도 함께 없어지지나 않을지, 먹구름은 검게 짙어만 간다./외통-



'외통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술1  (0) 2008.10.12
묏자리  (0) 2008.10.11
어 자매  (0) 2008.10.08
굴레  (0) 2008.10.08
푸념  (0) 2008.10.0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