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인생 2008. 10. 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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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거창하게 ‘면허증’이다. 이 땅에서 '증'의 위력이 얼마나 센가를 실감하면서도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짬을 낼 수 없었던, 핑계 있는 무덤에서 산 내게 ‘증’같은 ‘증’이 생겼으니 ‘무덤핑계’는 면했다.

 

‘증’이래야 이때까지 갖고 있던 것은 고작 ‘주민등록증’뿐인데, 따지자면 이것도 내가 필요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나라가 사람마다 달아주는 꼬리표에 진배없는 것이니 학교의 졸업증명서 하나 없는 내가 그나마 땅에 발을 딛고 나다닐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실험적 과정을 겪으면서 눈물을 흘렸고, 수습기간에 힘을 다해 뛰면서 나를 ‘움직이는 증’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증’의 몫으로 내 한정된 인생의 시간을 내주어야하니 또 다른 경쟁에 몰리면 허둥댈 수밖에 없고 그때에 또다시 ‘증’을 대신하여 신용으로 내 몫의 ‘시간’을 내 주는 꼴이다. 그러니 허공에 뜬 내가 발을 붙이고 거닐 수 있는 것이 마치 기적이라고들 말 할 수 있다.

 

고달픈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요일이 다가왔다. 짬을 내어서 문제집을 몇 번 읽어본 것을 밑천으로 자동차를 굴려보겠다는 뱃장이다. 올라탔지만 예상했던 대로 금을 밟고 말았다. 몇 시간을 혼자서 반복 연습한 덕에 간신히 트럭의 운행감각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학원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으면서 시험장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생활 습성에서 비롯된 오만일 수도 있지만 그만치 펴놓고 시간 내어 다닐 수 없는 내 빡빡한 일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매인 시간을 활용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첫날은 보기 좋게 떨어졌다. 열흘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학과시험을 면제받을 줄에서 이탈하여 새로이 학과 시험부터 치르는 줄을 택했다. 그것은 학과에 합격하는 당일에 코스와 운행을 치르기 때문에 날짜로 따져서는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다시 며칠 만에 시험을 보았고 학과 실기 모두 통과되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내 과감한 행동에서 비롯된 자동차조작의 결과였지 않았나 싶다. 떨어질 각오로 하니까 안정되었고 안정되니까 잘 조작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무렵에 이미 자동차를 갖고 있었으니, 나는 내 생의 전기를 마련한 기분이었다. 집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트랜지스터라디오와 선풍기를 샀던 60년 초와, 전화기와 텔레비전을 샀던 70년 초의 기쁨과 버금가는 즐거움이었던 자동차 구입의 80년 초였다.

 

세월과 함께 살림도 늘고 더불어 보람도 키웠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평범하고 소박한 기쁨조차 누릴 수 없는 내 특이한 환경으로 해서 기쁨은 곧바로 싸늘하게 식어 갔고 마침내는 무거운 짐으로 어깨가 짓눌렸다.

 

마음에 담아 안고 다니는 어머니 그림자를 장모님께 깃들여 보살피는 심경이 장모님의 심상치 않은 병환으로 무너져 내린다. 마음을 다하여 즐겁게 해드림으로써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누군가에 의해서 즐거워지시리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 내게, 이런 대리만족도 허용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바로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 무력감에 잦아든다.

 

승용차로 우리와 함께 훨훨, 날다시피 누비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그때에 바라보는 내 얼굴은 얼마나 흐뭇한 표정으로 변할까? 더불어 우수에 잠기면서도 위안을 담뿍 안았으리라.

 

헌데, 내 꿈이 깨어지는 어제오늘에 마음이 착잡하다. 어머니를 대신하는 장모님의 병환이 쾌차하여 우리가족과 함께 어디든지 달리고 싶었는데, 그만 내 꿈은 기어이 이루어지려는지, 짜릿한 오늘의 기쁨이다.

 

‘할마시 복도 지지리 없데이!’ 아내의 넋두리는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복도 함께 없어지지나 않을지, 먹구름은 검께 짙어만 간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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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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