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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인생 2008. 10. 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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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장례식날인 오늘, 아내의 피붙이들이 많이 모였다. 먼 곳 부산이나 오지인 경상도 시골에서 오신 분들은 말할 나위 없고 서울 인근에 사는 분들도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으리라. 모두들 장모님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모였으리라. 사나흘씩 묵으며 일을 치르는 일족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장모님을 정점으로 하여 이룩된 계보(系譜), 팔을 내어 이끈 자녀들과 팔을 펴서 옆으로 손잡을 많은 형제와 위로 뻗어 손잡을 시숙, 그리고 그 가족들은 마음을 쏟아 장모님의 명복을 빌었을 것이고, 한편 많은 자손을 두시고 형제를 두신 장모님은 복락(福樂)을 누릴 것이다. 이승을 떠난 장모님은 말이 없고, 살아 있는 피붙이들마저 고인을 기리며 침묵한다.

나도 침묵한다. 사람모이는 곳, 더구나 가족들이 함께 하는 모임을 즐기지 않는 나의 내면을 아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느 누가 살피겠는가. 차꼬에 묶여 무겁게 운신하는 내 몸, 틀에 갇혀 뒤틀린 이별의 아픔만 뇌는 내 마음, 과거가 나를 옥죄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은 마음도 몸도 함께 조용히 증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어찌하여 나는 이 땅에 내 피붙이가 없는가. 명백한 사실조차도 부정하고 싶은 사무친 외로움이 나를 비이성적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외로움까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일생을 외로움의 족쇄로 채우지는 않았다. 단지, 나는 일시적 외로움은 긴 앞날의 즐거움으로 보상되리라는 젊음의 도박을 한 순간에 했을 뿐이다.

처가 집안의 모든 이가 한곳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은 데 살아 계실 때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싶다. 헌데 이런 생각은 너무나 주제에 넘친 생각이란 것을 깨달으면서 금방 내 처지로 돌아와서, 또 내 앞에 꽉 막힌 벽을 더듬는다.

이곳에 모인 처 형제들도, 살아있는 뭇 아들딸들의 변을 늘어놓아 언제나 사실(事實)적 변화에 희비를 함께 했겠지만, 나는 과거와 오늘을 함께 망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꿈을 꾸듯 살기 때문에 어버이로 인한 즐거움은 없고 비통함만 가득하다.

이런 내가 자식의 변을 함께 나누는 작은 영역에 끼어서, 또 다른 자식된 입장에서 고뇌하는 비참한 현실에 직면해 있음은 아무도 모른다. 처형제들은 오직 당신들의 부모가 이승을 뜬데 대하여 비감(悲感)할 뿐 언젠가 있었을 내 어버이에 대하여는 추호도 생각할 수 없을 것임에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나는 언제 어디에 엎드려서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야 하는 것인지!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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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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