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尹愭·1741~1826)의 '정상한화(井上閒話)'에 재미난 시 한 수가 실려 있다. "세상의 하고 한 일, 해도 해도 다 못하리. 하고 하다 떠나가면, 뒷사람이 하고 하리(世上爲爲事, 爲爲不盡爲. 爲爲人去後, 來者復爲爲)." '위위(爲爲)'를 매 구절마다 반복했는데, '하고 하다'로 새겼다. 한문이 아니라 우리말로 말장난을 했다. 윤기는 시에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누가 지은 것인지는 모르나, 얼핏 보면 저속해 보여도 말뜻에 함축이 있고 형용이 참으로 절실하다. 가는 자는 떠나고 오는 자가 잇는다는 지극한 이치를 말한 대목이 가장 음미할 만하다."
이덕무(李德懋)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또 이렇게 얘기한다. "옛사람의 만시와 애사를 모아서 차례대로 늘어놓고 본다면, 갑이 죽으면 을이 이를 조문하고, 을이 갑자기 또 죽으면 병이 이를 조문한다. 이렇게 해서 끝없이 이어진다. 고인의 의론을 모아서 나란히 줄지어 놓고 살펴보면, 갑이 한 말을 을이 반드시 비난하고, 을이 갑을 비난한 것은 다른 의론이 없을 것 같지만 병이 또 이를 비난해서 이 또한 끝도 없는 무궁세계다. 단지 이 두 가지 일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면서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集古人輓詩哀辭, 比次而觀, 甲死而乙吊之, 乙忽又死而丙吊之, 以至于無窮. 集古人議論, 比次而觀, 甲之言, 乙必非之. 乙之非甲者, 似無它議, 而丙又非之, 亦無窮世界. 只以此二事, 如許如許銷遣了否)"
갑이 이것을 말하면 을이 저것으로 비난하고, 병이 발끈해서 왜 비난하느냐고 비난하고, 그러면 정이 비판과 비난을 구분 못 한다고 비난한다. 끝에 가면 갑과 을은 같은 편이 되기도 하고, 애초에 무엇을 가지고 싸우고 왜 싸웠는지도 모르게 된다.
정가의 말싸움이 이와 꼭 같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니, 무엇이 문제냐고 맞받고, 문제를 모르니 문제라고 하자, 그때 너희도 그렇지 않았느냐고 한다. 언론이 잠시 잠잠해지면 다시 웃고 악수하며 잘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이 끝없이 이어지는 무궁세계(無窮世界)의 속내는 보통 사람이 알기가 참 어렵다. 일도 많고 말도 많고 그 말 때문에 탈도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