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이 마음을 살핀 명(銘) 두 편을 읽는다. 먼저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면잠(面箴)'. "마음에 부끄러우면, 얼굴 먼저 부끄럽다. 낯빛이 빨개지고, 땀방울 물 흐르듯. 사람 대해 낯 못 들고, 고개 돌려 피한다네. 마음이 하는 것이 너에게로 옮아간다. 무릇 여러 군자들아, 의(義) 행하고 위의(威儀) 갖춰, 속에서 활발케 해, 부끄럼 없게 하라(有愧于心, 汝必先耻. 色赬貞若朱, 泚滴如水. 對人莫擡, 斜回低避. 以心之爲, 迺移於爾. 凡百君子, 行義且儀. 能肆于中, 毋使汝愧)."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마음의 일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떠오른다. 부끄러운 짓을 하면 저도 몰래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못 든다. 그러니 의로운 길을 가서 얼굴에 부끄러움을 안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다음은 이달충(李達衷·1309~1384)의 '척약재잠(惕若齋箴)'. "공경치 않음 없고, 자기를 안 속여야. 썩은 고삐 말 몰듯이, 마른 가지 더위잡듯. 나아갈 땐 물러섬을, 편안할 땐 위기(危機) 생각. 힘들어도 허물없네, 늘 염두에 두어 두라(毋不敬, 毋自欺. 馭朽索, 攀枯枝. 進知退, 安思危. 厲無咎, 念在玆)." 3·4구는 고사가 있다. 3구는 '서경' '오자지가(五子之歌)'에 "나는 백성을 대할 때면 썩은 동아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모는 듯이 겁이 난다. 남의 윗사람이 되어 어찌 조심하지 않겠는가(予臨兆民, 凜乎若朽索之馭六馬. 爲人上者, 奈何不敬)?"라고 한 데서 나왔다. 또 4구는 동진(東晉) 때 은중감(殷仲堪)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백 세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잡고 오른다(百 老翁攀枯枝)"고 한 말이 있다.
매사 두려운 듯(惕若) 마음을 삼간다. 늘 조심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썩은 고삐로 수레를 모는 것처럼[馭朽索], 마른 가지를 붙들고 높은 데로 오르는 사람처럼[攀枯枝] 전전긍긍한다. 잘나갈 때는 물러설 때를 염두에 두고, 편안하다 싶으면 곧 위기가 닥칠 듯이 살피고 또 살핀다. 그래야 어려운 때를 당해도 문제없이 건너갈 수가 있다.
마음을 몸 밖에 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정호(程顥)는 "마음은 몸 안에 두어야 한다(心要在腔子裏)"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