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충(李達衷·1309~1383)의 '애오잠(愛惡箴)'을 읽었다. 유비자(有非子)가 무시옹(無是翁)에게 칭찬과 비난이 엇갈리는 이유를 묻는다. 무시옹의 대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나를 사람이라고 해도 나는 기쁘지 않고,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두렵지 않소. 사람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함만은 못하오. 나는 또 나를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과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오.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고 하면 기쁘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또한 기쁠 것이오.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지 않으면 두렵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고 하면 또한 두렵소. 기뻐하고 두려워함은 마땅히 나를 사람이라 하거나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인지의 여부를 살펴야 할 뿐이오." 유비자가 씩 웃고 물러났다.
올바른 사람이 칭찬해야 내가 기쁘고, 삿된 자의 칭찬 앞에 나는 두렵다. 사람다운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나는 무섭고, 사람 같지 않은 인간들이 욕하면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칭찬과 비난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칭찬받을 만한 사람의 칭찬이라야 칭찬이지, 비난받아 마땅한 자들의 칭찬은 더없는 욕일 뿐이다.
잠(箴)은 이렇다. "자도(子都)의 어여쁨은 아름답다 않을 이 그 누구며, 역아(易牙)가 만든 음식, 맛없다 할 이 그 누구랴. 호오(好惡)가 시끄러우면, 또한 제게서 구하지 않을쏜가?(子都之姣, 疇不爲美? 易牙所調, 疇不爲旨? 好惡紛然, 盍亦求諸己?)" 자도는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미남자였다. 역아는 당대 최고의 요리사였다. 이렇듯 누가 봐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은 드물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주장만 내세우며 틀렸다 맞았다를 단정 짓는다. 그럴 때는 어찌하나? 내 마음의 저울에 달아 말하는 사람이 사람 같은 사람인가를 살피면 된다. 당심기인(當審其人)! 마땅히 그 사람을 살펴라. 칭찬과 비난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어떤 사람이 칭찬하고 비난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