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의 '입연기(入燕記)'에 각로(閣老) 부항(傅恒)이 죽자 그 아들 부융안(傅隆安)이 석복(惜福)을 하려고 집안의 엄청난 보물을 팔았는데, 그 값이 은 80만냥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석복은 더 넘칠 수 없는 사치의 극에서 그것을 덜어냄으로써 적어도 그만큼 자신의 복을 남겨 아껴두려는 행위였다.
송나라 여혜경(呂惠卿)이 항주(杭州) 절도사로 있을 때 일이다. 대통선사(大通禪師) 선본(善本)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출가해서 불법을 배우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단지 복을 아끼는 수행을 하라고 권하겠다(我不勸�出家學佛 只勸�惜福修行)." 석복수행(惜福修行)! 즉 복을 아끼는 수행이란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어 검소하게 생활하는 태도를 말한다.
여기에는 단단한 각오와 연습이 필요하다. 구체적 지침을 몇 가지 들어본다. 송나라 때 승상 장상영(張商英)이 말했다.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되고, 세력은 온전히 기대면 곤란하다. 말은 다 해서는 안 되고, 복은 끝까지 누리면 못 쓴다(事不可使盡 勢不可倚盡 言不可道盡 福不可享盡)." '공여일록(公餘日錄)'에 나온다. 송나라 때 진단(陳�)도 '사우재총설(四友齋叢說)'에서 말했다. "마음에 드는 곳은 오래 마음에 두지 말고, 뜻에 맞는 장소는 두 번 가지 말라(優好之所勿久戀 得志之地勿再往)." 비슷한 취지다. 한껏 다 누려 끝장을 보려 들지 말고 한 자락 여운을 아껴 남겨두라는 뜻이다.
명나라 진계유(陳繼儒)의 말은 이렇다. "나는 본래 박복(薄福)한 사람이니 마땅히 후덕(厚德)한 일을 행해야 하리. 나는 본시 박덕(薄德)한 사람이라 의당 석복(惜福)의 일을 행해야겠다(吾本薄福人 宜行厚德事 吾本薄德人 宜行惜福事)." '미공십부집(眉公十部集)'에 나온다. "일은 통쾌할 때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적막함을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화를 능히 부릴 수 있다. 말은 뜻에 찰 때 멈추어야 한다. 몸을 마치도록 허물과 후회가 적을뿐더러 취미가 무궁함을 느낄 수 있다(事當快意處能轉 不特此生可免寂廖 且能駕馭造化 言當快意處能住 不特終身自少尤悔 且覺趣味無窮)." '소창청기(小窓淸記)'의 말이다.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멈추고 덜어내는 석복의 뜻이 깊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