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의 성찬(盛饌) 속에 살아간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언어에는 실속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있기 불안해 자꾸 떠든다. 약속하고 장담하며 허세를 부린다. 아무 문제 없다고, 끄떡없으니 나만 믿으라고 큰소리 친다.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그는 어느 틈에 숨고 없다. 아니면 그럴 줄 몰랐다고 남 탓만 하고 운수에 허물을 돌린다. 끝내 반성하지 않는다.
허목(許穆·1595~1682)은'기언서(記言序)'에서 이렇게 말했다."경계할진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일을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손해가 많다. 안락을 경계하고 후회할 일은 행하지 말라. 문제없다고 말하지 말라. 그 화가 오래가리라. 괜찮다고 하지 말라. 그 재앙이 길고 크리라. 못 듣는다고 말하지 말라. 귀신이 사람을 엿보고 있다(戒之哉 毋多言 毋多事 多言多敗 多事多害 安樂必戒 毋行所悔 勿謂何傷 其禍將長 勿謂何害 其禍長大 勿謂不聞 神將伺人)."
"말을 적게 함이 귀(貴)에 해당하고,저술을 많이 함은 부(富)에 해당한다. 맑고 밝음을 지님이 수레에 해당하고, 좋은 글을 곱씹는 것은 고기에 해당한다(少言語以當貴 多著述以當富 載淸明以當車 咀英華以當肉)." 명나라 육소형(陸紹珩)이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서 한 말이다. 귀하게 되고 싶은가? 말수를 먼저 줄여라. 부자로 살고 싶은가? 저술 풍부한 것이 바로 부자다. 좋은 수레를 자랑하는 대신 마음을 맑고 밝게 지니는 것이 어떤가? 병을 부르는 고기로 배불리지 말고 아름다운 글을 읽어 되새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는 또 말한다. "한 발짝 헛디디면 천고의 한이 되고, 다시 고개 돌리니 백 년 사는 인생일세(一失脚爲千古恨 再回頭是百年人)." 길어야 백 년 인생이 도처에서 실족해서 천고의 한만 길게 남긴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나 싶은데 수습하기엔 너무 늦었다. 탐욕 탓이다.
장자(莊子)는 '제물편(齊物篇)'에서 이렇게 말한다. "큰 지혜는 툭 터져 시원스럽고, 작은 앎은 사소하게 따지기나 좋아한다. 큰 말씀은 기세가 대단해도, 잗다란 말은 공연히 수다스럽다(大知閑閑 小知間間 大言炎炎 小言詹詹)." 간간(間間)한 작은 지식을 버리고 한한(閑閑)한 큰 지혜 속에 노닐고 싶다. 염염(炎炎)한 큰 말씀에 귀 기울이고, 첨첨(詹詹) 한 잗다란 말을 내버려야지.//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