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왕상진(王象晋·1561-1653)이 편집한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을 펼쳐 읽는데, 다음 구절에 눈이 멎는다.
"눈은 육신의 거울이다. 귀는 몸의 창문이다. 많이 보면 거울은 흐려지고, 많이 들으면 창문이 막히고 만다. 얼굴은 정신의 뜨락이다. 머리카락은 뇌의 꽃이다. 마음이 슬퍼지면 얼굴이 초췌해지고, 뇌가 감소하면 머리카락이 하얘진다. 정기(精氣)는 몸의 정신이다. 밝음은 몸의 보배다. 노고가 많으면 정기가 흩어지고(勞多精散), 애를 쏟으면 밝음이 사라진다."(眼者身之鏡, 耳者體之牖. 視多則鏡昏, 聽衆則牖閉. 面者神之庭, 髮者腦之華. 心悲則面焦, 腦減則髮素. 精者體之神, 明者身之寶. 勞多則精散, 營竟則明消.)
눈은 많이 쓰면 흐려지고,귀를 혹사하면 소리가 안 들린다. 흐려진 거울을 닦고, 막힌 창문을 열려면 자주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 한다. 얼굴은 정신의 뜨락이다. 표정만 봐도 그 사람의 내면이 다 보인다. 슬픔은 낯빛을 초췌하게 만들고 기쁨은 얼굴빛을 환하게 해준다. 머리카락은 두뇌에 뿌리를 두고 두피로 솟아 나온 꽃이다. 젊을 때는 검고 윤기 나다가 늙어 뇌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머리카락도 따라서 하얘진다. 정기는 몸을 지키는 신명이다. 현명함은 몸을 붙드는 보물이다. 몸을 너무 혹사하면 정기가 흩어져 넋 나간 사람이 된다. 무얼 이루려고 과도하게 애를 쓰면 내 안의 밝음이 사라져, 보물이 간데없다. 어찌 해야 할까? 답은 이렇다.
"말을 적게 해서 내기(內氣)를 기르고, 색욕을 줄여서 정기를 길러라. 자미(滋味)를 박하게 해서 혈기를 기르고, 침을 삼켜서 장기(臟氣)를 길러라. 성냄을 경계하여 간기(肝氣)를 기르고, 음식을 좋게 해서 위기(胃氣)를 기르며, 생각을 적게 해서 심기(心氣)를 길러라."(少言語以養內氣, 寡色慾以養精氣. 薄滋味以養血氣, 嚥津液以養臟氣. 戒嗔怒以養肝氣, 美飮食以養胃氣, 少思慮以養心氣.)
말이 많으면 기운이 흩어진다. 색욕에 빠지면 정기가 녹는다. 재미에 탐닉하면 혈기가 동한다. 고인 침을 삼켜야 장의 기운이 활발해진다. 자주 성을 내니 간을 상한다. 음식 조절을 잘해야 위장에 무리가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줄일 때 안에 기운이 쌓인다. 적게 하고 줄여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쳐도, 세상은 더 갖고 다 가지려고만 한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생긴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