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사조제(謝肇淛)가 '문해피사(文海披沙)'에서 지나친 음주가 가져오는 여섯 가지 폐단을 말했다.
첫째, 치신(治身), 즉 몸가짐상의 '패덕상의(敗德喪儀)'다. 평소에 쌓아온 덕을 무너뜨리고, 점잖던 거동을 잃게 만든다. 술 취한 개라더니 체면이 영 말씀이 아니다. 둘째는 대인(待人)상의 '기쟁생흔(起爭生釁)'이다. 없어도 될 다툼을 일으키고, 공연한 사단을 부르는 것이 다 술기운을 못 이긴 탓이다. 셋째, 위학(爲學)상의 '폐시실사(廢時失事)'다. 공부에 힘 쏟아야 할 젊은이들이 때를 놓치고 할 일을 잃게 만드는 원흉이 술이다. 넷째, 치가(治家)에 있어 '초도생간(招盜生姦)'이다. 가장이 늘 취해 정신을 못 차리거나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니 그 틈에 도둑이 들고, 간특한 일이 벌어진다. 다섯째는 임민(臨民), 즉 관리가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손위실중(損威失重)'이다. 관장(官長)이 직임은 거들떠보지 않고 술 취해 추태를 일삼으니 위엄은 손상되고 무거움이 사라진다. 여섯째, 위정(爲政)상의 '전도착란(顚倒錯亂)'이다. 책임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는지 뒤로 자빠지는지도 분간을 못 하니, 하는 일마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다.
앞의 네 가지는 자신과 집안에 생기는 문제이고, 뒤의 두 가지는 나라에 누를 끼치는 망동이다. 술은 어떤 사람이 마시는가? 그는 이어지는 글에서 두 경우를 꼽았다. 하나는 '고한고객(苦寒孤客)', 즉 춥고 괴로운 나그네가 소우(消憂)하기 위해서다. 술이라도 안 마시면 가슴속에 쌓인 시름을 풀 길이 없다. 다른 하나는 '수금죄인(囚禁罪人)', 즉 죄를 짓고 갇혀 지내는 사람이 그저 날이나 보내자고 할 때다.
술로 인해 벌어지는 사단이 너무 많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손위실중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더니 칩거 중이고, 유망한 야구선수는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더해 패덕상의를 넘어 패가망신을 하게 생겼다. 아들이 취중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찌르려 든 기쟁생흔은 남의 일이 아니다. 강도와 성범죄에 자신을 내맡기는 초도생간도 남녀가 어울려 새벽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술자리 탓이다. 나그네와 죄인도 아니면서 무슨 근심이 그리 많고, 그럭저럭 때워야 할 시간이 어찌 이다지도 많은가?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