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원포(園圃)의 경영을 당부했다. 특별히 마늘과 파를 가장 역점을 두어 심게 했다. 아들은 그 말씀에 따라 마늘을 심고, '종산사(種蒜詞)', 즉 '마늘 심는 노래'를 지어 아버지께 보고했다. 또 밭에서 거둔 마늘을 내다 팔아 경비를 마련해서 아버지를 찾아왔다. 당시에 마늘은 상당한 고부가가치의 특용작물이었다. 요즘 마늘밭도 파기만 하면 100억원씩 나오니 고금이 다를 게 없다.
도둑 셋이 무덤을 도굴해 황금을 훔쳤다. 축배를 들기로 해서, 한 놈이 술을 사러 갔다. 그는 오다가 술에 독을 탔다. 혼자 다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두 놈이 다짜고짜 벌떡 일어나 그를 죽였다. 그새 둘이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둘은 기뻐서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황금은 길 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얘기다.
연암은 다시 '주역'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끊는다(二人同心, 其利斷金)." 원래 의미는 쇠라도 끊을 수 있으리만치 굳게 맺은 한마음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암은 말을 슬쩍 비틀어,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그 이로움이 황금을 나눠 갖는다'는 의미라고 장난으로 풀이했다.
처남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서 떼돈을 벌었다. 자형의 마늘밭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묻었다. 자형은 그 재물이 탐나서 훔치고는 굴착기 기사에게 뒤집어씌웠다. 애초에는 처남이 출소한 뒤 변명거리를 마련하려는 속셈이었다. 결국 경찰이 그 돈을 다 찾아내서 국고로 환수했다. 처음 훔칠 때는 나쁜 짓 해서 번 돈인데 조금 쓰면 어때서 하는 마음이었겠지. 하지만 제 나쁜 짓을 감추려다 동티가 났다. 쓰려던 돈을 뺏기고, 맡겨둔 돈도 다 잃었다. 그 돈은 진작에 수많은 사람의 패가망신을 불렀던 눈물과 한숨의 돈이다. 재물은 절대 썩는 법이 없다. 주인만은 쉴 새 없이 바뀐다.
연암은 이렇게 글을 맺었다. "까닭 없이 갑작스레 황금이 생기면 우레처럼 놀라고, 귀신인 듯 무서워할 일이다. 길을 가다가 풀뱀과 만나면 머리카락이 쭈뼛하여 멈춰 서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돈은 귀신이요, 독사다. 보면 피해야 한다. 마늘도 땀 흘려 거둔 것이라야 값이 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