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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금상경(衣錦尙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려불화대전의 감동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다. 일본 후도인(不動院) 소장의 비로자나불도 상단에는 '만오천불(萬五千佛)'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조명이 어두워 몰랐더니, 집에 와 도록을 살펴보곤 뒤늦게 놀랐다. 세상에! 화면 전체에, 심지어 부처님의 옷 무늬에까지 빼곡하게 1만5000의 부처님이 어김없이 그려져 있었다. 한 폭 그림에 쏟은 정성이 무섭도록 놀라웠다.

 

고려불화의 채색은  웅숭깊고 화려하다.   비단 위에 주사(朱砂)와 석록(石綠), 석청(石靑) 등의 천연안료를 썼다. 원색임에도 배채법(背彩法)을 써서 투명하게 쌓아올린 색채 위에 화려한 금니로 장식성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여러 수월관음도는 예외 없이 모두 보관(寶冠) 위로부터 전신에 투명한 사라의(紗羅衣)를 드리운 것이 눈에 띈다. 화려한 비단 옷이 그 아래로 은은히 비친다. 불경에서 관음보살이 백의를 걸치고 정병(淨甁)을 들고 연화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한 것을 따른 것이다. 중국인이 그린 수월관음도에는 백의가 투명하지 않다. 우리 것은 다르다. 속이 다 비친다.

 

그림을 보다가 문득  '중용' 33장에 나오는  "비단옷을 입고 엷은 홑옷을 덧입는다(衣錦尙絅)"는 말이 떠올랐다. 비단옷 위에 홑겹의 경의(絅衣)를 덧입는 것은 화려한 문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려주기 위해서다. 화려한 옷을 드러내지 않고 왜 가리는가? 그 대답은 이렇다. "그런 까닭에 군자의 도는 은은해도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선명하나 나날이 시들해진다." 가려줘야 싫증나지 않고, 덮어줄 때 더 드러난다. '시경'에도 "비단 저고리 입고는 엷은 덧저고리를 입고, 비단 치마를 입으면 엷은 덧치마를 입는다네(衣錦褧衣, 裳錦褧裳)"라고 했다. "물속에 잠겼으나, 또한 또렷이 드러난다(潛雖伏矣, 亦孔之昭)"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안으로부터 비쳐 나온다. 한눈에 어지러운 화려함은 잠시 눈을 끌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천연안료를 여러 차례 묽게 덧칠해서 빚어낸 잠착한 색상 위에 금니로 화려한 문양을 얹고, 이를 다시 사라의로 살짝 가려준 수월관음도! 삶의 가장 절정의 순간도 어쩌면 이런 인내와 환희, 그리고 절제 속에 빛나는 것인 줄을 짐작하겠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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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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