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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심혜두(文心慧竇)

다산(茶山)은 어린이 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특히 '천자문'과 '사략' 같은 책을 동몽(童蒙)을 위한 학습 교재로 쓰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천자문'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계통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책이 아니다. 천지(天地)를 가르쳤으면 일월(日月)과 성신(星辰), 산천(山川)과 구릉(丘陵)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뜸 현황(玄黃)으로 넘어간다. 현황을 배웠으면 청적(靑赤)과 흑백(黑白), 홍자(紅紫)와 치록(緇綠)의 색채어를 마저 익혀야 옳다. 하지만 다시 우주(宇宙)로 건너뛴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오성(悟性)을 열어줄 수 없다. 또 현황(玄黃)을 가르치고, 조수(鳥獸)를 배운 후, 비주(飛走)를 익히고 나서, '황조우비(黃鳥于飛)', 즉 노란 새가 난다는 구절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문장의 구성 원리를 저절로 터득한다. 단계와 계통을 밟아 가르쳐야 문심혜두(文心慧竇)가 열려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고 말했다.

 

'사략'을  평한 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방법은 그 지식을 열어주는 데 달렸다. 지식이 미치면 한 글자 한 구절도 모두 문심혜두의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식이 미치지 못하면 다섯 수레의 책을 기울여 만 권을 독파한다 해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 역사책도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내용이라야지 황당한 신화 전설부터 가르치면 아이들이 어리둥절해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만다고 보았다.

 

다산은 반복해서 문심혜두(文心慧竇)를 강조했다. 문심은 글자 속에 깃든 뜻과 정신이다. 혜두는 '슬기 구멍'이다. 문심을 알고 혜두가 열려야 공부 머리가 깬다. 문심혜두를 열어주는 것이 어린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산은 촉류방통(觸類旁通)의 방법을 제시했다. 비슷한 부류끼리 접촉하여 곁가지로 지식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계통을 갖춰 정보를 집적해 나가면 세계를 인지하고 사물을 이해하는 안목이 단계적으로 열린다. 주입식으로 암기만 시키면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내며 공부를 멀리한다. 슬기 구멍이 열리기는커녕 꽉 닫혀 버린다. 하나를 배워 열로 증폭되는 공부를 해야지, 열을 가르쳐 한둘을 건지는 공부를 시키면 안 된다. 무작정 학원 많이 보낸다고 문심혜두가 열리는 법은 없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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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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