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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심인(修文深仁)

650년, 재위 4년째를 맞은  신라의 진덕여왕은 당나라 고종 황제의 성덕(聖德)을 칭송하고 당나라의 태평을 송축하는 시를 지어 직접 비단에 수놓아 바쳤다. 이른바 '치당태평송(致唐太平頌)'이다. 649년부터는 아예 중국의 의관문물을 그대로 따랐다. 북쪽 고구려와 서쪽 백제의 위협 아래 놓인 신라로서는 당과의 협력관계가 절실했다.

 

시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대당(大唐)이 큰 왕업 활짝 여시니,  우뚝하다 황제의 꾀 성대하구나. 전쟁 그쳐 군사는 안정이 되고, 문(文)을 닦아 백왕(百王)을 계승하셨네. 천하 통일 은택 베풂 우뚝도 하고, 다스림은 법도를 체득하셨지. 어짊 깊어 해와 달과 조화 이루고, 운(運)을 잡아 시절 강녕 지키시었네.(大唐開洪業, 巍巍皇猷昌. 止戈戎衣定, 修文繼百王. 統天崇雨施, 理物體含章. 深仁諧日月, 撫運護時康.)"

 

한결같이 황제의 덕을 높여 충성을 맹세했다.  정성껏 수놓은 시를 받아든 고종은 몹시 흐뭇했다. 사신으로 간 법민을 대부경(大府卿)에 임명했다. 신라는 이해 처음으로 독자적 연호를 버리고, 중국의 연호를 받아들였다.

 

막상 시의 행간을 가만히 살펴보면  당나라가 실제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 주기를 바란다는 희망 사항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특히 4구의 수문(修文)과 7구의 심인(深仁)에 눈길이 간다. 수문은 문치(文治)를 닦는다는 뜻이니, 무력행사를 접고 이제 인문(人文)의 통치를 열어달라는 당부다. 심인은 인(仁)을 깊게 함이다. 실천에 있어 도덕성에 대한 요구를 담았다. 대국답게 힘의 논리가 아닌 포용과 화합으로 도덕적 기준에 맞춰 평화의 세상을 이룩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뜻을 담았다. 수문은 자신감을 전제한다. 수문이 다시 심인의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힘세고 돈 많으니 까불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수문심인(修文深仁)과는 거리가 멀다.

 

욱일승천하던 대제국 당나라에 건넨 당시 신라의 메시지는 오늘에도 새삼 음미할 구석이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목소리에는 부쩍 힘이 들어가 있다. 안하무인의 오만이 느껴진다. 옳고 그름을 떠나 북한만 무작정 감싸고 도는 태도가 그렇고, 지난번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외교적 무례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졌다. 금번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해프닝을 보면서도 대국인 줄 알았던 중국의 협량(狹量)에 새삼 놀란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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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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