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坎止)

고사성어 2015. 1. 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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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지(坎止)

신흠(申欽·1566~1628)이 1613년 계축옥사(癸丑獄事) 때 김포 상두산(象頭山) 아래로 쫓겨났다. 계축옥사는 대북 일파가 소북을 축출키 위해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 구실로 얽어 꾸민 무고였다. 그는 근처 가현산(歌絃山)에서 흘러내린 물이 덤불과 돌길에 막혀 웅덩이를 이루던 곳에 정착했다. 먼저 도끼로 덤불을 걷어내고, 물길의 흐름을 틔웠다. 돌을 쌓아 그 위에 한 칸 띠집을 짓고, 내리닫는 물을 모아 연못 두 개를 만들었다.

 

한 칸 초가에는  감지와(坎止窩)란 이름을 붙였다.   감지(坎止)는 물이 구덩이를 만나 멈춘 것이다. '주역'에 나온다. 기운 좋게 흘러가던 물이 구덩이를 만나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 멈춘다.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가득 채워 넘쳐흐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애초에 구덩이에 들지 말아야 했으나, 이것은 물의 의지 밖의 일이다.

 

그는   '감지와명(坎止窩銘)'을 지어  소회를 남겼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그칠 때 그친 것은 위로 공자만 못하고, 붙들어 그친 것은 아래로 유하혜(柳下惠)에 부끄럽다. 구덩이에 빠지고야 멈췄으니 행함이 부끄럽지만, 마음만은 형통하여 평소와 다름없네. 그칠 곳에 그쳐서 낙천지명(樂天知命) 군자 되리." '주역' 간괘(艮卦)를 부연한 풀이다.

 

감지(坎止)는 습감괘(習坎卦)에도 나온다. 습감괘는 거듭 험난에 빠지는 형국이다. 사람의 그릇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구덩이에 갇혀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이가 있고, 물이 웅덩이를 채워 넘칠 때까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정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라야 군자다. 소인은 남 탓하며 원망을 품는다.

 

그 아들 신익성(申翊聖·1588~1644)은 '감지정기(坎止亭記)'에서 또 이런 뜻을 피력했다. 가파른 시련의 습감괘 다음에는 오래되어 막힌 것이 다시 통하는 형상의 이괘(離卦)가 기다린다. 역경 속에서 내실을 기해 신실함을 지키면, 다시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섣부른 판단으로 지레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기만 할 일은 아니다. 정치적 실의와 좌절에 처해 '주역'의 논리를 빌린 자기 다짐의 우의(寓意)가 깊다. 시련의 날에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겠는가? 하지만 꾹 참고 주변을 정리했다. 습지의 물길을 틔워 쓸모없던 땅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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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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