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소현령(蕭縣令)이 선인(仙人) 부구옹(浮丘翁)에게 고을 다스리는 방법을 물었다. 부구옹이 말했다. "내게 여섯 자로 된 비결이 있네. 사흘간 재계(齋戒)하고 오면 알려 주지." 사흘 뒤에 찾아가니 세 글자를 알려주었다. 모두 '염(廉)'자였다. "청렴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하나는 재물에, 하나는 여색(女色)에, 나머지 하나는 직위에 적용해 보게." "나머지 세 글자는 무엇입니까?" "다시 사흘간 재계하고 오게나."
사흘 뒤에 다시 갔다. "정말 듣고 싶은가? 나머지 세 글자도 염, 염, 염일세." "정말 청렴이 그다지도 중요합니까?" "자네 거기 앉게. 청렴해야 밝아지네. 사물이 실정을 숨길 수 없게 되지. 청렴해야 위엄이 생기는 법. 백성들이 명을 따르게 된다네. 청렴해야 강직할 수 있네. 상관이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지. 이래도 부족한가?" 현령이 벌떡 일어나 두 번 절하고 허리띠에 염 자를 여섯 개 써서 즉시 길을 떠났다. 다산이 벗의 아들인 영암 군수(靈巖郡守) 이종영(李鍾英)에게 준 글에 나온다.
김안국(金安國)의 친구 황모(黃某)가 재물 욕심이 대단했다. 집도 크게 지었다. 주위에서 온통 비난하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김안국이 그에게 편지를 썼다. "자네나 나나 산대야 고작 10여년인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가?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열 가지뿐이라네. 들어보겠나?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개, 친구 한 명, 신 한 켤레, 베개 한 개, 창문 하나, 마루 하나, 화로 한 개, 지팡이 한 개, 나귀 한 마리일세. 자네가 내 친구가 되어 주게." '송재잡설(松齋雜說)'에 보인다.
갖은 방법으로 재물을 긁어모으고도 역량을 인정받아 집권당의 차기 공천까지 받은 현직 군수는 비리가 들통나자 아예 위조여권으로 달아나려다 들켜 다시 달아났다. 아침 신문을 열 때마다 비슷한 소식이 하나씩 추가된다. 그래서인가? 도처에 나붙은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의 사진이 실례의 말이지만 모두 도둑놈 얼굴 같다. 남의 잘못은 용서 없던 검사들이 갖은 뇌물과 향응에 성접대까지 당연한 권리인 듯 받았다. 다산은 한탄한다. 목민자(牧民者)가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천만에. 백성이 목민자를 위해서 있다. 백성은 예나 지금이나 고혈과 진액을 짜내 목민자를 살찌우기 바쁜 것이다. 아! 이제 청렴은 무능과 동의어가 되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