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麗澤)

고사성어 2015. 1. 3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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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麗澤)

1812년 다산이  제자 초의(草衣)를 시켜 그린 다산도(茶山圖)와 백운동도(白雲洞圖)가 전한다. 다산도를 보면 지금과 달리 아래위로 연못 두 개가 있다. 월출산 아래 백운동 원림에도 연못이 두 개다. 담양 소쇄원 또한 냇물을 대통으로 이어 두 개의 인공 연못을 파 놓았다. 담양 명옥헌(鳴玉軒)과 대둔사 일지암 역시 어김없이 상하 방지(方池)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상하 두 개의 연못 파기를 호남 원림의 중요한 특징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지 싶다. 못에는 연꽃과 물고기를 길러 마음을 닦고 눈을 즐겁게 했다. 뜻하지 않은 화재에 대한 대비의 구실은 부차적이다.

 

두 개의 잇닿은 연못은  '주역'에 그 연원이 있다.  태괘(兌卦)의 풀이는 이렇다. "두 개의 못이 잇닿은 것이 태(兌)다. 군자가 이것을 보고 붕우와 더불어 강습한다." 무슨 말인가? 두 연못이 이어져 있으면 서로 물을 대주어 어느 한 쪽만 마르는 일이 없다. 이와 같이 붕우는 늘 서로 절차탁마하여 상대에게 자극과 각성을 주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한다. 이렇게 서로 이어진 두 개의 못이 이택(麗澤)이다. 이때 이(麗)는 '붙어있다' 또는 '짝'이란 의미다. 고려시대 국학(國學)에 이택관(麗澤館)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도 이택당(麗澤堂)이니 이택계(麗澤契)니 하는 명칭이 여럿 보인다.

 

성호학파의 학습법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그 즉시 메모하는 질서법(疾書法)과 서로 절차탁마하는 이택법을 기반으로 한다. 이익(李瀷)의 제자 안정복(安鼎福)은 자신의 거처에 이택재(麗澤齋)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이택의 구체적 방법은 토론이었다. 토론에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논쟁하는 대면 토론과, 편지로 의견을 주고받는 서면 토론이 있었다. 성호는 이 둘의 장단점을 상세히 논한 글을 남겼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양보 없는 토론을 벌였다. 옳은 말에는 아래 위 없이 깨끗이 승복했다. 이 건강한 토론 문화가 조선 유학과 실학의 뼈대와 힘줄이다.

 

지금 사람들은 귀를 막고 제 말만 한다. 남의 말은 들을 것 없고 제 주장만 옳다. 토론이 꼭 싸움으로 끝나는 이유다. 그러다 금세 말라 바닥을 드러낸다. 마당의 두 개 연못 곁 초당에서 사제간, 붕우간에 열띤 토론을 벌이던 그들의 그 봄날이 그립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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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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