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천은 근검을 낳고, 근검은 부귀를 낳는다. 부귀는 교만과 사치를 낳고, 교만과 사치는 음란함을 낳으며, 음란함은 빈천을 낳는다. 여섯 가지 길이 쳇바퀴처럼 돈다(貧賤生勤儉, 勤儉生富貴, 富貴生驕奢, 驕奢生淫佚, 淫佚生貧賤. 六道輪回)." 청나라 진홍모(陳弘謀)가 엮은 '오종유규(五種遺規)'에 나오는 말이다.
빈천에서 근검으로 노력한 결과 부귀를 얻었다. 부귀를 얻고 눈에 뵈는 게 없어 교만과 사치를 일삼았다. 교만과 사치에 취해 방탕에 빠지니 잠깐만에 다시 빈천의 자리로 돌아와 있다. 한때의 부귀는 꿈이었고 앞뒤로 뼈저린 빈천만 남았다.
당나라 때 유빈(劉玭)이 자손에게 남긴 경계다. "훌륭한 가문은 조상의 충효와 근검에 말미암아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고, 자손의 둔하고 경솔하고 사치하고 오만함에 말미암아 엎어지지 않음이 없다. 세우기가 어려운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 같고, 뒤집혀 실추하기 쉽기는 터럭이 화톳불에 타는 것과 한가지다(名門右族, 莫不由祖先忠孝勤儉, 以成立之, 莫不由子孫頑率奢傲, 以覆墜之. 成立之難, 如升天, 覆墜之易, 如燎毛)." '신당서(新唐書)'에 나온다.
명나라 때 육수성(陸樹聲)이 '청서필담(淸暑筆談)'에서 한 말은 이렇다. "부(富)는 원망의 곳집이요 귀(貴)는 위태로움의 기틀이다. 이는 부귀하면서도 도리에 어긋나게 처신하는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만약 영리에 처해서도 거기에만 골몰하지 않고 가득 찬 상태에 있으나 그칠 줄 알아 가득 참을 유지하면서 겸손을 지킨다면 원망의 곳집이니 위태로움의 기틀이니 하는 말이 어찌 있겠는가(富者怨之府, 貴者危之機. 此爲富貴而處之不以其道者言之也. 乃若處榮利而不專, 履盛滿而知止, 持盈守謙, 何怨府危机之有哉)?"
지금 내가 누리는 부귀는 다른 사람의 원망과 한숨에서 나왔다. 발밑에는 위기가 늘 도사리고 있다. '지영수겸(持盈守謙)', 가득 참을 유지하더라도 겸손의 뜻을 잊지 않아야만 원망도 위기도 없다. 사람이 이 간단한 이치를 자꾸 잊으니까 멀쩡히 잘 가던 비행기를 돌려세우고, 수 억짜리 외제차로 광란의 폭주를 벌여 선대에서 쌓은 것을 실추시키고 나아가 제 몸을 망친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