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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人蔘과 700년 茶

연산군 때 조성한 목조 관음의 복장(腹藏)에서 1000년 묵은 고려인삼이 나왔대서 화제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1060±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려시대 것임이 밝혀졌다. 평안도 천성산 관음사에서 1502년에 제작한 이 불상의 발원문(發願文)에는 1364년에 만든 청동 아미타삼존불이 도적 때문에 손상되어 목조 관음보살상을 다시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고려 불상 속에 들었던 복장 유물을 조선시대에 새로 불상을 조성하면서 그대로 옮겨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복장 유물에는 불경과 함께 가장 소중한 물건을 넣는다. 쉬 상하는 식품이 1000년 넘는 세월을 지나 원형 그대로 발견된 것도 드문 일이지만, 당대부터 가장 귀한 대접을 받았던 고려인삼의 1000년 묵은 실물을 갖게 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추사의 제자 이상적(李尙迪·1803~ 1865)도 고려 때 조성한 석탑에서 발견된 700년 묵은 용단승설차(龍團勝雪茶)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다. 대원군이 아버지 남연군의 묏자리를 이장하려고 덕산 가야사 석탑을 헐 때 소동불(小銅佛)과 이금경첩(泥金經帖), 사리 등과 함께 봉안된 용단승설차 4덩이를 얻었다는 것이다. 차에는 '승설(勝雪)'이란 두 글자가 해서체 음각으로 또렷이 찍혀 있었고, 표면의 용 무늬에는 비늘과 수염까지 그대로 살아있었다고 증언했다. 사방 2.35㎝, 두께 1.2㎝ 내외 크기의 네모난 떡차였다.

 

이상적은 이 차가 송나라 휘종 선화 2년(1120)에 중국에서 정가간(鄭可簡)이 황제에게 만들어 바쳤다는 전설적인 용단승설차가 분명하고, 당시 중국에 유학했던 의천(義天)과 지공(指空) 같은 고승이 어렵게 구해와 석탑 안에 봉안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네 덩이의 차는 그 후 종적이 묘연한데, 하나는 이상적을 거쳐 추사의 손에 들어갔다. 초의스님에게 보낸 편지에 차 구경을 하러라도 서울 걸음을 한번 하라고 언급한 내용이 보인다.

 

이 차가 지금 나왔더라면 모르긴 해도 중국 차계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문헌 기록으로만 남았던 귀한 물건이 엉뚱하게 조선에서 실물로 발견된 희유한 예다. 이번 1000년 묵은 고려인삼의 존재도 더없이 귀하고 보배롭다. 발견된 인삼으로 홍삼의 기원을 유추하는 성급한 기대까지 있고 보면, 고려인삼의 성예를 드높이는 연구가 잇따를 듯하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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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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