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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계질서(妙契疾書)

영남대학교  동빈문고에   다산 선생의  손때가 묻은   '독례통고(讀禮通攷)'란 책이 있다. 청나라 때 학자 서건학(徐乾學)의 방대한 저술이다. 아래위 여백에는 그때그때 적어둔 다산의 친필 메모가 빼곡하다. 선생은 메모를 적은 날짜와 상황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두었다. 병중에도 썼고, 우중에도 썼다. 이 메모의 방식과 그것이 자신의 저작에 반영되는 과정에 대해 한편의 글로 써볼까 전부터 궁리 중이다. 다산 선생의 놀라운 작업의 바탕에는 수사차록(隨思箚錄), 즉 생각을 놓치지 않고 적어두는 끊임없는 메모의 습관이 있었다.

 

묘계질서(妙契疾書)란 말이 있다. 묘계(妙契)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다. 질서(疾書)는 빨리 쓴다는 뜻이다. 주자가 '장횡거찬(張橫渠贊)'에서 "생각을 정밀하게 하고 실천에 힘쓰며, 깨달음이 있으면 재빨리 썼다(精思力踐, 妙契疾書)"고 한 데서 나왔다. 장횡거는 '정몽(正蒙)'을 지을 적에, 거처의 곳곳에 붓과 벼루를 놓아두었다가, 자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곧장 촛불을 켜고 그것을 메모해 두곤 했다.

 

성호 이익 선생도 이러한 묘계질서의 방법을 평생 실천했다. 경전을 읽다가 스쳐간 생각들을 메모로 붙들어 두었다. 이것이 모여 '시경질서', '맹자질서', '가례질서', '주역질서' 같은 일련의 책이 되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 역시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 메모벽의 결과다.

 

'열하일기'는 애초에 연행 도중에 쓴 글이 아니다. 귀국 후 여러 해 동안 노정 도중 적어둔 거친 비망록을 바탕으로 생각을 키워나가 완성시켰다. 메모가 없었다면 '열하일기'도 없었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새긴 풍경들을 붙들어둔 기록이다. 사소한 일상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서 말 구슬로 꿰어져 보석처럼 영롱하다. 그 또한 못 말리는 메모광이었다.

 

메모의 습관은 경쟁력을 강화시켜준다. 모든 위대성의 바탕에는 예외 없이 메모의 힘이 있다. 생각은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달아나기 전에 붙들어 두어야 내 것이 된다. 들을 때는 끄덕끄덕해도 돌아서면 남는 것이 없다. 하지만 메모가 있으면 끄떡없다. 머리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손을 믿어라. 그저 지나치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라. 그래야 내 것이 된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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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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