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곡장(好哭場)

고사성어 2015. 1. 2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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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장(好哭場)

요동벌로  첫발을 내디딘  연암 박지원이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보며 내지른 일성은 "좋은 울음터다. 한바탕 울만하구나"였다. 곁의 정 진사가 이 좋은 구경 앞에서 웬 울음 타령이냐고 퉁을 준다. 연암은 예의 너스레로 울음에 대한 장강대하와 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이 글이 저 유명한 '열하일기' 속의 '호곡장론(好哭場論)'이다.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인 것을 풀어내는 데는 소리보다 빠른 것이 없고, 사람이 내는 소리 중에 울음보다 직접적인 것이 없다. 갓난아기는 왜 태어나면서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리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근심 때문에? 천만에. 갓난아기는 통쾌하고 시원해서 운다. 그는 열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캄캄하고 답답했다. 팔다리를 조금만 내뻗어도 태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드넓은 곳으로 나와 손과 발을 마음껏 쭉 뻗어도 더 이상 아무 걸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통쾌한 마음이 참된 소리가 되어 한바탕 울음으로 터지는 것이다. 이 울음이야말로 일체의 거짓이 배제된 진정한 울음이 아닌가? 그러면서 연암은 자신도 이 요동벌에서 갓난아기의 첫 울음 같은 우렁우렁한 울음을 울고 싶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와 황해도 장연의 금사산(金沙山) 정도가 한바탕 통쾌하게 울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을 내처 가도 지평선에서 해가 떠서 지평선으로 해가 진다는 요동벌. 백리의 넓은 들판도 찾아보기 힘든 조선 땅에 갇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으로 나뉘고 동서남북의 색목으로 갈라져 아웅대며 살다가, 비로소 문명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설렘과 기대를 연암은 이렇게 요동벌의 한 울음에 담아냈다.

 

추사 김정희는 '요동벌(遼野)'이란 작품에서, 연암의 이 글을 떠올리며 "천추의 커다란 울음터라니, 재미난 그 비유 신묘도 하다. 갓 태어난 핏덩이 어린 아이가, 세상 나와 우는 것에 비유하였네(千秋大哭場, 戱喩仍妙詮. 譬之初生兒, 出世而啼先)"라고 노래했다.

 

지난 올림픽에서 프리 스케이팅을 마친 후 김연아 선수가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이제 모두 해냈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시원해져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더할 수 없이 통쾌했던 것이다. 같이 운 국민 모두도.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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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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