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

고사성어 2015. 1.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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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예전 쓴 글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썼나 싶을 만큼 민망할 때가 있어요." 소설가 고 이청준 선생이 거의 문장마다 새카맣게 고쳐놓은 수정본을 보여주며 하시던 말씀이다. 이렇게 고쳐 전집에 실린 것과 처음 발표 당시의 글을 비교해 읽어 보면 심할 경우 같은 문장이 거의 하나도 없다. 준엄한 작가정신의 한 자락을 느꼈다. 이덕무도 예전에 자기가 지은 글을 보면 그토록 가증스러울 수가 없다고 술회한 일이 있다. 그 말을 들은 벗이 그렇다면 자네의 글이 그만큼 진보했다는 증거일세 하며 함께 기뻐했다.

 

단국대에 보관된 연민문고에서 연암 박지원의 초고본 문서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가 자신의 글을 어떻게 다듬어나갔는지 그 궤적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료다. 그중 평소 관심을 두었던 누님의 묘지명을 찾아 꼼꼼히 읽어 보았다. 놀랍게도 최종 문집에 수록된 글과 다른 것이 네 가지나 더 나왔다. 그러니까 완성작을 내놓기 전에 무려 다섯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친 셈인데, 그 수정의 단계를 곱씹어보니 대가가 그저 대가가 되는 것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글자 하나의 근량을 달아 비교해보고, 이 글자 저 글자 바꿔 넣어 흔들어보고, 한 단락을 뭉텅이로 빼버리는가 하면, 시시콜콜한 설명을 앞뒤 없이 보태기도 했다. 그런데 빼고 나니 그것이 군더더기였고, 보탠 것은 길게 끌리는 여운이 되었다. 44세로 세상을 뜬 누이의 죽음을 처음엔 향년(享年)이라 했다가 나중엔 득년(得年)으로 고쳤다. '누린 해'라 하기엔 너무 짧아 겨우 세상에서 '얻어 산' 해라 고친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의 머금은 뜻이 깊었다.

 

다른 작품들을 대조해봐도 연암은 처음 쓴 글을 부단히 단련하고 연마해서 최후의 완성본을 냈다. 걸작은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단숨에 쓴 글이 아니다. 만지고 단련하고 조탁 해서 쥐어짤 대로 쥐어짠 글이다.

 

구한말의 문장가 김택영이 우리나라 5000년 문장사에서 최고 걸작으로 꼽았던 '삼국사기' '온달전'은 문장 단련의 한 극치를 보여준다. 시집간다는 말이 다섯 번 나와도 표현이 다 달랐다. '내 아들'이란 말도 '오자(吾子)', '아식(我息)', '오식(吾息)'으로 매번 바꿔 쓰고 있었다. 글 한 줄 바로 쓰기가 이리 어렵다. 내 목소리는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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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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