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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공부방

매운 추위에 잔뜩 움츠려 있다가, 벽에 언 얼음에 얼굴이 비치던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겨울 공부방 풍경을 문득 생각했다. 방구들의 그을음에 눈이 시고, 바닥의 물그릇은 꽁꽁 얼기 일쑤였다. 입김을 불면 성에가 되어 이불깃이 늘 버석거렸다. 창틈으로 흩날린 눈가루가 벼루 위로 떨어졌다. 너무 추워 '한서(漢書)' 한 질을 비늘처럼 이불 위에 늘어놓고, '논어'를 병풍처럼 세워 동사(凍死)를 면하기도 했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웃고 떠드는 소리에 자신의 가난한 삶이 너무도 참담해서, 미쳐 발광하여 뛰쳐나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자세를 가다듬고 들보를 우러러보며 다짐했다. "명절(名節)을 세울 수만 있다면 비록 바람서리가 휘몰아치고 거센 파도에 휩쓸려 죽게 된다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또 인간 세상의 쌀과 소금 따위 자질구레하게 사람을 얽어매는 것들은 훌훌 벗어던져 깨끗이 마음에 두지 않겠다." 그러고는 자세를 곧추세워 '논어'를 꺼내 몇장을 소리 높여 읽었다. 답답하고 꺽꺽대던 마음이 책 읽는 소리에 점차 가라앉아, 정신이 맑고도 시원해졌다.

 

그 추운 겨울을 냉골의 좁은 띠집에서 나면서도 글 읽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큰눈이 내린 아침이면 이웃의 키 작은 늙은이가 대빗자루를 들고 새벽에 와서 혀를 차며 혼잣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쌍도 하지. 연약한 수재가 얼지는 않았는가?" 길을 먼저 내고는 문밖에 놓인 신발을 탁탁 털어놓고, 재빨리 눈을 쓸어 마당에 둥글게 세 무더기를 만들어 놓고 가곤 했다. 그 사이에도 그는 이불 속에서 옛 글 서너편을 외웠다.

 

그는 서얼이었다. 어머니와 시집간 누이는 영양실조 끝에 폐병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눈을 감으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울며 썼다. 사흘을 굶다가 '맹자' 7책을 전당포에 맡기고 쌀로 바꿔 와 굶어 죽기를 면한 일도 있다. 그 고통 속에서도 곁눈질하지 않고 학문에만 매진했다. 그는 마침내 역량을 인정받아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발탁되었다. 정조는 그의 책 읽는 소리를 사랑해서, 임금 앞이라 자꾸 기어드는 목소리를 나무라며 가까이 와서 큰소리로 읽으라고 말했다. 전후로 정조는 520차례나 그에게 하사품을 내렸다. 아! 부끄럽다. 그만 투덜대야지.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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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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