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축제

고사성어 2014. 12.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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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축제

김 노인이란 이가 있었다. 국화를 잘 심어, 꽃 피는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했다. 손톱만 한 것부터 엄청나게 큰 것까지 자유자재로 피워냈다. 옻칠한 것처럼 검은 국화뿐 아니라, 한 줄기에 여러 색깔의 꽃을 동시에 피워낼 수도 있었다. 그의 국화는 다른 사람 것보다 몇배 비싼 값에 팔려, 그는 이것으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 강이천(姜彛天·1769~1801)의 '이화관총화(梨花館叢話)'에 나오는 얘기다.

 

18세기 조선에서는 국화 재배 붐이 크게 일었다. '국보(菊譜)', '예국지(藝菊志)', '동리중정(東籬中正)' 등 국화 재배 방법과 품종을 소개한 책들의 인기도 높았다. 비싼 돈을 들여 일본과 중국의 귀한 품종을 경쟁적으로 들여왔다. 특히 백학이 날개를 활짝 편 듯 우아한 자태의 백학령(白鶴翎) 품종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다산 정약용은 국화는 적어도 48종류쯤은 돼야 구색을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며 국화 애호의 변을 펼쳤다. 여름에는 잎새를 살피고, 가을에는 꽃을 음미하며, 낮에는 자태를 보고, 밤에는 그림자를 감상한다고 했다. 친구들을 불러 방 안에 놓아둔 국화 화분 앞에서 등불을 멀게 가깝게 움직이며 흰 벽에 어리는 국화 그림자의 환상적인 자태를 감상하는 모임을 열고, 이를 글로 남기기까지 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보니, 앞서 김 노인의 검은 국화와 한 가지에서 여러 빛깔의 국화를 피우는 비법이 실려 있었다. 흰 국화의 몽우리가 부풀기 전에 젖으로 먹을 갈아 칫솔에 묻혀 뿌린다. 꽃이 피면서 이슬과 함께 먹물이 배어 검은색 국화로 피어난다. 노란 국화에 유황 연기를 쐬면 연기를 쐰 송이만 하얗게 탈색이 된다. 이렇게 해서 한 줄기에서 두 가지 빛깔의 꽃을 피웠다. 화분 하나에 3색 또는 4색 국화도 자유자재로 피워냈다. 모두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만큼 국화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었다.

 

과천 서울동물원에서 내달 8일까지 가을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300여종 3만2000여주의 가을 장미와 250여종 6000여점의 국화를 선보인다고 한다. 다른 꽃이 잎을 떨구는 서리 가을에 국화는 비로소 꽃을 피운다. 그 매운 향기에서 역경에 처한 군자의 몸가짐을 떠올렸던 옛사람의 흥취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이 가을을 풍성하게 나는 한 방법이지 싶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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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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