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

고사성어 2014. 12. 2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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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통행

 

가는 곳 계단마다 '우측통행' 표지가 선명하다.  지하철역에 따라 에스컬레이터 방향도 평소와 반대로 바뀌었다. 다음 역도 그러려니 하고 그쪽으로 가면 거기는 예전 그대로다. 몸은 익은 대로 좌측 벽을 따라 걷는데, 화살표는 자꾸 역방향을 가리킨다. 아무 생각 없이도 잘 걷던 길을 갑자기 방향을 의식해야 한다고 하니 길 가기가 참 피곤하다.

 

예전 대만에 교환교수로 가서는 학교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내가 자꾸 학생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본에 가면 통행은 불편함이 없는데, 대신 차가 예상과 반대 방향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화들짝 놀라곤 한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은 선택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좌측이면 좌측이고 우측이면 우측이지, 우리처럼 주행은 우측이면서 보행이 좌측인 경우는 없다. 일제시대의 운전석과 주행방향은 지금과 반대였다. 보행도 좌측통행이었다. 해방 후 미군정 때 운전석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주행방향도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보행만은 관성을 바꾸기 어려워 그대로 둔 것이 벌써 63년째다. 이 기형의 혼종 상태를 이번에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로 말하면, 서울 지하철 1호선은 다른 호선과는 진행방향이 정반대다. 일본 기술로 만드는 바람에 그리되었다고 들었다. 한번 그렇게 만들어 놓으니 여태도 못 고친다.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이 뚫렸을 때, 우측통행을 하는 프랑스와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의 주행방향이 심각한 골칫거리였다. 서로의 주장만 고집했다면 터널은 충돌의 시험장이 되고 말았을 터. 다행히 두 나라는 해저 터널의 특정 지점을 기점으로 상대의 주행방향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혼란이나 엉뚱한 사고는 지금도 적지 않을 듯하다.

 

제도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인데, 나중에는 사람의 의식을 억압한다. 여기에 관성의 법칙까지 작용하고 보면 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새로 실시하는 우측통행이 당장은 불편해도 곧 익숙해지겠거니 하는 생각이 있고, 공연히 성가신 일만 만든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좁은 계단에서 서로 길을 막고 서서 먼저 비키라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아질 것 같다. 한편으로 통행 방향을 두고 빚어지는 혼란이 우리 사회 가치관 혼재의 반영인 듯도 싶어 자꾸만 생각이 복잡해진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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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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