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시 두레 2014. 6. 2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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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냉이 한 포기까지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 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
정채봉(1946~2001)

 

   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실려 있는 짧은 시이다.
   이 생명세계는 한껏 차서 가득한 상태에 있다. 서로 잘 어울리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에 있다. 들에 나가서 운 좋게 눈에 언뜻 띈 네 잎 클로버. 그러나 그 네 잎 클로버를 잡아떼서 취할 생각을 버린다. 클로버를 취하면 팽팽한 균형과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차서 가득한 상태에서 모자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울지 않고 평평하던 상태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풀꽃, 물고기, 새, 벌레, 돌멩이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이들은 숨 쉬고 활동하며 거대한 화엄(華嚴)의 세계를 이룬다. 화엄의 세계 안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물론 낱낱의 생명이 주인이다. 
    

   /문태준;시인 /그림;박상훈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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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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