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사막
한때는 물이 흘렀을
건천을 지나가며
내 생도 지고 가는
목마른 낙타 등에
사막을 가로질러 온
낮달 저만 드높다
이리주 한 모금에
길은 자꾸 늘어지고
죽비로 치는 햇살
온 몸으로 견뎌내며
시간을 되감아간다
모랫바람 비단길 /김민정
명사산, 월아천이 어른대면 늘 타클라마칸 사막이 따른다.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타클라마칸 모래 능선은 그래서 더 고혹적인가. 바람에 따라 바뀌는 모래의 관능적인 어깨들. 거기 빠져드는 것은 사막의 환상 때문일까, 티베트와 파미르와 우루무치에 둘러싸인 비단길 때문일까.
'이리주 한 모금에 / 길은 자꾸 늘어지'는데, 마음은 이미 서역이다. 모든 흔적을 품에 묻고 거듭나는 사막. 그 속을 건너자면 그대로 묻혀 모래가 될라, 불현듯 떨리기도 하리라. 그러다 보면 우리 생 또한 한 알의 모래가 아닌가. 무슨 끝이라도 맛본 듯 텅 빈 눈으로 웃기도 하리라.
낙타와 함께 햇살 '죽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모래가 되어보는 사막. '시간을 되감아'가듯 '모랫바람'을 당기며 마음이 먼저 걷는다. 언제쯤 거기 발목을 묻고 멀리 한번 울어볼까. 명사산(鳴沙山)처럼 혹은 월아천(月牙泉)의 별처럼. /정수자;시조시인 /그림;유재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