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에 묻어 온 씨앗 하나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 싹을 틔웠다
그것도 목줄이라고
벌레 한 마리 매달려 있다
2
하얗게 성에 낀 벽
얼음장 같은 방바닥
살다 지친 어미는 집을 나가고
할미 마른 젖꼭지 파고드는 어린 손자
3
술 취한 트럭에 부모를 잃고
하루아침에 네 동생 떠안은 누나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 밤도
속눈썹 짙게 달고 거리에 선다
4
받을 돈은 받지 못하고
갚을 돈을 부도낼 만큼 모질지 못한 그는
목숨으로 빚을 대신했다
갓 서른
순하디순한 얼굴이
영정 속에서 웃고 있다
5
활어조活魚槽 속의 문어
발아래 잔챙이들 내려다보며
활개를 친다
오늘 밤 손님상에
맨 먼저 오르게 되는 줄도 모르고
/한계주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