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논바닥이 다 말라갔다 먼 산 바라보며 빈 쌀독 빠각 빠각 긁어대던 어머니 산그늘 중턱엔 뻐꾸기 소리 요란한데 마른 젖 물리고 긴 뻐꾸기 울음소리로 울던 어머니 /이영춘
뒷산에도 먼 산에도 뻐꾸기 소리 한창이다. 뻐꾸기 울음소리 듣자면 애처롭고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다. 논두렁길에, 밭둑길에, 마른 산길에 그 소리 쏟아지면 마음은 끝없이 이어져 어딘가로 흘러간다. 나른한 한낮에도, 저녁밥 때에도 뻐꾸기 소리는 툭툭 불거진다. 홀쭉한 뺨에 튀어나온 광대뼈처럼. 그 울음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 묵은 곡식이 다 떨어져 조리로 일 쌀이 모자라 쌀독 바닥을 박박 긁는 가난한 어머니가 있다. 마른 젖을 빨고 있는 살붙이를 애끓이며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다. 그 빈곤의 세월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보릿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텅 빈 산에 뻐꾸기가 우는데 그 시절 그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나. 산그늘 지는 무덤에 어머니는 잠드셨나. /문태준 ;시인 /그림;유재일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