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94.050304 뜬구름1 거친 잔디 위에 등을 지고 다리를 꼬아 세우면 하늘은 눈에 가득히 나를 덮는다 . 북녘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 흰 구름 한 점이 나를 떠서 고향으로 옮겨간다 . 산을 넘는 구름은 이제 나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홀로 등성을 넘어 가버린다 . 구름이 부러운 내가 슬프다 . 구름은 그저 흘러가다가 울적할 때 머물러 울면 그렇게 맑게 개이고 청명한 , 무심의 본연이 되는데 , 팔베개하고 누워있는 천근의 마음은 나를 떠나지 않고 납덩이처럼 무겁다 . 생각할수록 무거워지는 내 마음 , 그 갈 곳은 어딘가 ? 뒤따른 구름은 애달픈 나를 비웃는 듯 거침없이 흐른다 . 또 한 번 고향의 강바람 냄새가 그립다 . 파란 바다의 수평선이 그립다 . 그 끝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그립다 . 해풍에 실려 온 싱그러운 고향 냄새를 맡으려는 뜬생각 , 구름에 얹혀 가기를 바라는 뜬구름만 못한 내 인생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 나는 처음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얼마 남지 않은 날에 , 소시에 품었던 꿈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은 멀기만 하고 잡을 수 없어서 더욱 무겁다 . 내 삶은 뜬구름처럼 가벼워야 하련만 왜 이리 무거운 마음일까 ? 희망을 버릴 수 없는 희망 그 길은 점점 멀어진다 . 아득하다 . 삼단처럼 쏟아진 잔디 채를 잡고 둔덕 위에 올라 바라보든 바다 , 그 위에 뜬구름은 허허바다를 가로질러 수평선으로 밀려 뭉게구름과 합쳐질 때 난 먼 앞날을 꿈꾸며 구름이 닿는 곳 , 그 곳이 내가 갈 곳인 것처럼 , 그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 이제 사그라지는 불길처럼 혈기는 잦아지고 가슴 터지던 희망은 나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 돌덩이도 으스러뜨릴 패기는 기진맥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숨죽었고 수박처럼 청량한 숨결은 세파에 짓눌려 시궁창냄새를 내뿜는다 . 어찌하랴 ! 한 쪽의 삶 , 그 쪽 위에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쓰겠는가 ! 애달프다 내 삶이여 !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