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에 대답은 했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소. 당신 옷을 ‘함양 마천 처녀’의 올케에게 부쳐달라는 인천 처형의 부탁을 들어 드릴 수가 없어서 거절했소.
손이 떨리고 눈물이 비 오듯 하였소. 이런 내 모습이 새아기에게 보일까 봐 눈물샘을 닫아야 했지만, 열려있는 눈물샘이 닫히질 않았소.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소.
처형의 소리가 마치 당신 몸을 해체하여 뿔뿔이 흩어 놓는 것 같이 들려왔기 때문이요. 처절한 통한을 느꼈소. 눈물을 머금고, 수화기를 들고 목메는 소리로 ‘나는 못 하겠소. 그러니 처 형제들이 나 없을 때 와서 하시오.’‘나 없을 때’. 몇 번이고 다짐하였소.
처형께서는 너무나 가혹한 부탁을 내게 한 것 같았소. 웬만하면 처형의 말이기에 들으려고 했는데 말이요. 당신 몸을 찢어발기는 것 같아서 차마 나는 못 하겠다고 단호히, 그것도 즉시 거절하였소.
어쩌면 당신의 영혼이 나를 이렇게 사로잡고 있는지! 참으로 이상하오. 그토록 간절할 줄은 살아생전엔 미처 몰랐소. 그러니 이제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살아 있는 나의 고통, 저주를 받는 듯하오.
너무나 일찍 떠난 당신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당신이여 천상에서 굽어보아 그곳에서나마 이승의 못다 한 한을 풀어보구려!
오늘 술 한 잔 먹고, 그냥 넘길 수 없어서 당신께 이렇게 쓰오. 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