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소품

외통넋두리 2019. 8.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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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고, 잊으려고 당신의 소품을 한데 모아놓았소.

내 혼을 엮어서 담아놓았지만 보는 것마다 당신 손길이요 닿는 것마다 당신 마음이니 어떻게 하란 말이요. 화단이며 골동품이며 의자며 장롱이며 경대며 이불이며 수건이며 당신이 설계해서 짜놓은 옷 방의 옷장이며 옷장과 반다지 자개장들을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요.


누구는 다 없애고 새로 장만하라 누구는 아예 집을 팔고 딴 집으로 이사 가라, 누구는 다 남에게 집어 주라고들 하지만 당신의 뜻이 아니질 않소? 소중히 물려주어야 만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흐뭇해 할 것 아니요!


이제 발 씻을 물을 대야에 떠 발을 닦으려는데 문득 당신 발 생각이 나는구려 그 대야에 담겼던 당신 발의 촉감을 내 발로 대신 만져보는 비참한 내 처지를 왜 당신이 만들었단 말이요!


백가지가 당신 마음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으련만 가고 없는 빈집에 체취조차 맡을 옷가지도 애들 이모들이 와서 다 치워버렸구려 그래도 나는 나만이 아는 그 정성어린 가꿈의 참뜻을 헤아리며 구석구석에 배여 있는 당신의 손길을 더듬어가오.


나는 죽기 전까지는 이 울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소. 울타리를 너무도 완벽하게 너무도 치밀하게 너무도 정성스럽게 짜놓았구려. 옳거니 당신 가고 없어도 당신의 손길을 남겨서 내 외로움을 달래려는 마음이었음을 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당신을 어루만지며 시계소리를 세고 있지 않소.

내 힘이 모자라 글조차도 남기지 못하니 너무도 미흡하구려.

편히 쉬구려. 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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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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