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7.040729 움막
' 고인돌 : 괸돌집 ' 이란 집 가호를 지닌 집안에 태어난 탓에 이 이름을 저버릴 수가 없다 .
뒤늦게 깨닫고 ,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데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 .
연달아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상정 (
想定 )
에서 그 한 가지 , ‘
고인돌 ’
을 만드는 과정과 그 임자들의 신분을 생각하게 되는데 ,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생각이 더 이어지지 않는다 .
상상의 나래를 펴서 휘젓고 뒤지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
머리를 쥐어짜서 나름으로 생각해놓고는 씩 웃어보는 것이 고작이다 .
움막과 ‘
괸 돌 ’
은 세기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있었기를 바라건만 그렇지 않고 ,
청동기 시대에 ‘
괸 돌 ’
이 있었다니 움막은 그 이전 석기시대에 있었을 터다 .
이 두 형체가 우리 집과 연관되어지는 내 상상은 우리 집 가호가 너무나 오래된 느낌이 들어서다 .
그래서 나를 날려서 움막과 ‘
괸 돌 ’
까지 연결 짓게 한다 .
어쩐지 우리 집이 그 시기부터 뿌리를 이어 내려온 토박이 집인 것 같은 믿음을 갖게 하는 ,
상상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
‘
괸 돌 ’
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재력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 엄청난 공사를 엄두 내지 못하고 풍장이나 수장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근거를 둔다면 ,
모름지기 우리의 조상은 그런 힘이 있었다고 우선은 생각해보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그 ‘
괸 돌 ’
과 상관이 있는 어떤 직분에 ,
이를테면 그 돌무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살았을 터인데 이 경우 그런 일을 하면서 집안의 가호가 온전히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
왜냐하면 그런 일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집안을 꾸려 갈 수 없기 때문에 ,
혹 몇 대를 잇는다해도 곳 멸문 (
滅門 )
으로 이어질 것이고 내 대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런 일은 아닐 터이다 .
그렇다면 , ‘
괸 돌 ’
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런 것이 있던 언저리의 어느 마을에 살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
그런 집안이거나 그런 집에서 누가 시집을 왔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어진다 .
그렇게 알고 난 뒤부터는 ‘
괸 돌 ’
이 정겹고 그 말만이라도 조상을 뵙는듯하여 즐겁다 .
그런데 나를 ‘
괸 돌 ’
의 시대까지 데려다준 우리 집 가호를 디딤돌 삼아 더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
그래서 나는 더욱 기쁘다 .
우리나라에 하고많은 성씨가 있지만 고인돌 시대까지 올라간 시조를 둔 성씨는 없을 (?)
것이기에 .
그 때의 지배층인 왕족이 아닐진대 서민 ,
피지배층인 사람일 우리 집이 이렇게 질기게 오랫동안 살아 내리는 ‘
괸 돌 ’,
그 이름을 담아 전해 오니 더욱 내가 흥분한다 .
그래서 움막집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
거기서 내가 태어나는 상상을 해본다 .
나의 선조가 거기서 살았고 거기서 탯줄을 잘랐고, 살다가 죽음으로 대를 이었을 것이다 .
그리고 ‘
고인돌 ’
까지 내리 이어졌을 것이다 .
내 얼이 거기 있었을 터이니 나의 집 나의 고향인 움막이 예사롭지 않은 나와의 인연임을 절감하면서 ,
몹시 달뜨기도 하고 살포시 녹아지기도 한다 .
나는‘
고인돌 ’
과 관련이 있는 집에서 태어났으니 그 연유를 알아야하고 그런 다음에 거기에 쫓아서 합당하게 선조에 대한 내 생각을 다듬어야 하리라 ! /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