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막

외통넋두리 2019. 8. 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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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7.040729 움막

'고인돌: 괸돌집'이란 집 가호를 지닌 집안에 태어난 탓에 이 이름을 저버릴 수가 없다.

뒤늦게 깨닫고,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데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

연달아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상정( 想定) 에서 그 한 가지, ‘ 고인돌 을 만드는 과정과 그 임자들의 신분을 생각하게 되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생각이 더 이어지지 않는다.

상상의 나래를 펴서 휘젓고 뒤지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머리를 쥐어짜서 나름으로 생각해놓고는 씩 웃어보는 것이 고작이다.


움막과 괸 돌 은 세기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있었기를 바라건만 그렇지 않고, 청동기 시대에 괸 돌 이 있었다니 움막은 그 이전 석기시대에 있었을 터다.

이 두 형체가 우리 집과 연관되어지는 내 상상은 우리 집 가호가 너무나 오래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 나를 날려서 움막과 괸 돌 까지 연결 짓게 한다.

어쩐지 우리 집이 그 시기부터 뿌리를 이어 내려온 토박이 집인 것 같은 믿음을 갖게 하는, 상상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괸 돌 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재력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 엄청난 공사를 엄두 내지 못하고 풍장이나 수장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근거를 둔다면, 모름지기 우리의 조상은 그런 힘이 있었다고 우선은 생각해보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그 괸 돌 과 상관이 있는 어떤 직분에, 이를테면 그 돌무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살았을 터인데 이 경우 그런 일을 하면서 집안의 가호가 온전히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집안을 꾸려 갈 수 없기 때문에, 혹 몇 대를 잇는다해도 곳 멸문( 滅門) 으로 이어질 것이고 내 대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런 일은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 괸 돌 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런 것이 있던 언저리의 어느 마을에 살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런 집안이거나 그런 집에서 누가 시집을 왔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알고 난 뒤부터는 괸 돌 이 정겹고 그 말만이라도 조상을 뵙는듯하여 즐겁다.


그런데 나를 괸 돌 의 시대까지 데려다준 우리 집 가호를 디딤돌 삼아 더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그래서 나는 더욱 기쁘다.

우리나라에 하고많은 성씨가 있지만 고인돌 시대까지 올라간 시조를 둔 성씨는 없을(?) 것이기에.

그 때의 지배층인 왕족이 아닐진대 서민, 피지배층인 사람일 우리 집이 이렇게 질기게 오랫동안 살아 내리는 괸 돌’, 그 이름을 담아 전해 오니 더욱 내가 흥분한다.


그래서 움막집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거기서 내가 태어나는 상상을 해본다.

나의 선조가 거기서 살았고 거기서 탯줄을 잘랐고, 살다가 죽음으로 대를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인돌 까지 내리 이어졌을 것이다.

내 얼이 거기 있었을 터이니 나의 집 나의 고향인 움막이 예사롭지 않은 나와의 인연임을 절감하면서, 몹시 달뜨기도 하고 살포시 녹아지기도 한다.


나는‘ 고인돌 과 관련이 있는 집에서 태어났으니 그 연유를 알아야하고 그런 다음에 거기에 쫓아서 합당하게 선조에 대한 내 생각을 다듬어야 하리라!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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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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