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벌써 한 달 하고도 사흘이 지났구려. 얼마나 외로웠소.
열심히 기도하고 힘껏 부르짖었소만 그 소리 들었는지, 내 소리 메아리치지 않구려.
어제 ‘수앙’이네를 다녀왔소. ‘수앙’이는 당신이 바라던 대로 공주같이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것 같소. 그 환경을 만들려고 날밤을 새워가면서 가슴이 요동치는 흥분과 외로움을 겪었듯이 나 이제 무진(無盡) 노력하고 있소.
지금 당장은 당신 뜻대로는 안 되지만 머지않아 이룩될 것이오.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요. ‘이서방’도 무척 잘하고 있소. 그러니 ‘수앙’이는 행복할 것이요. 왠지 당신의 빈자리가 그렇게 허전하게 느껴지는 이즈음이오. 예전에는 미처 몰랐소.
오늘 아침 밥상 앞에서, 애들 보는 앞에서 기어이 눈물을 보였구려. 여보, 나는 강인하고 매정하고 냉혈적 사람인 것을 자인하면서도 그 벽을 파고드는 고독의 파도는 막을 길이 없구려. 당신 그림자래도 좋으니 꿈에라도 나타나서 나를 좀 위로해 주구려.
애들에게는 ‘청평’ 가는 구실을 만들어서 다녀오는 길에 당신에게 갔었소. 심어놓은 국화꽃 생화에 물도 주었소. 그리고 잔디에도 물을 뿌려 주었소. 비석과 주위의 석물도 닦아주었소.
여보! 내 손길을 느끼지 않았소?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당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왜 발은 떨어지지 않는지. 몇 번이고 맴돌다가 돌아왔구려.
또 구실을 만들어서 가고 싶구려.
꽃도 사 가겠소.
그때까지 참아 주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