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손녀가 눈에 아물거리면서 문득 자랑하고 싶은데, 불현듯 떠오르는 옛 속담 한마디는 ‘자식 자랑과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다. 이 말뜻을 이제야 비로써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식과 자기 마누라는 있게 마련, 천하에 없는 자식이고 사랑스러운 마누라인데 거기에 누구를 겨냥해서 자랑하고 내세울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까지는 전혀 생각나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도적의 자식을 둔 부모는 그가 회개만 한다면 어느 자식 부럽지 않을 것이니 장차 회개하고 선량하게 살 자기 자식이 누구의 자식보다 사랑스러울 것이다. 또 박색인 자기 아내는 경국지색의 미인보다도 사랑스럽고 귀하다. 내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아내다. 누구나 이 같은데, 같은 처지인데, 어디다 대고 마누라 자랑하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이 속담을 아직은 그냥 외고만 있었으나, 그 진리를 깨닫기는 손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손녀에게서 귀한 깨침을, 거꾸로 올려 받은 꼴이다.
이것도 자랑인가 싶으니 또 쑥스러워진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만 족한 노릇이다./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