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1

외통넋두리 2018. 8. 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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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1




주님은 늘 나와 함께 계십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이들은 목청을 돋워 불러도 오지 않습니다. 내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아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까닭입니다.   

미사를 마치면 모든 이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데도 내 발바닥은 얼어붙은 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남아서 성무일도를 마치면 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머무를 핑계 삼아, 홀로 있고자 걸음을 잽니다. 거쳐야 하는 곳, 만남의 방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마음을 나누는 형제자매들의 웃음꽃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비켜, 고개 숙여 없는 듯이 못 본 듯이 성체조배 실로 갑니다.   

홀로, 홀로,  아니 예수님과 단둘이서, 내 사정을  주님께 털어놓고 있습니다. 오늘의 할 일을 다짐하고서 내가 정한 성경을 꼬박꼬박 어김없이 읽는 시늉은 하지만, 허울입니다. 읽다 졸고 졸다 읽는 어눌한 입놀림의 반복이 되기가 일 수입니다. 그러다가 그만 죄책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묵상한다며 무릎을 꿇고 뉘우치곤 합니다.   

적막을 깨고 나오면 통로와 만남의 방은 전등만 매달고 있을 뿐입니다. 탁자들은 저희 앞 의자들을 모아놓고 저들이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들이 엿들은 그  말을 저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하고 주고받은  밀담을 되새기며 그 탁자 사이를 또 빠져서 나갑니다.   

성당 문을 나서면 내 뒤에서 성모님만 홀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주님을 모시고 짐에 오지 못하는 나의 믿음, 야속합니다.  

  집, 아무도 기다릴 리 없는 저의 방, 아니 주님의 방에 들어갑니다. 인기척 없는 방에 어느새 오셨는지, 주님 홀로 계시면서 저를 맞습니다. ‘주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찬미합니다. 그러다가 홀로 주님께 여쭈어봅니다. ‘제가 어떻게 이승을 마무리해야 합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갈무리하라’라고 하십니다. 그 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으니 날마다 오늘, 오늘 하면서 세월을 보낼 뿐입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엇인가를 쓰고 올려보렵니다.

  ‘주님, 저와 함께하시어 제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제 믿음으로 하여 제 영혼이 낫도록 은총 주소서. 아멘, 아멘.’


8169.180808/외통;徐商閏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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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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