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그냥 동그랬는데
가락은 매양 살졌었는데
색깔도 고루 같았었는데
세월을 긁은 할머니 자국
無始를 갉은 어머니 손길
나이를 깎은 누나의 숨결
할머니 식사 잇몸으로 해
가녀린 손등 파란 핏줄이
즐거이 사과를 긁어내셨다.
물방울 튀겨 쌍무지개로
대대로 이어 새겨졌으니
없어진 자국 내가 잇는다
잊히지 않는 몽당숟가락
봉당을 지킨 반쪽숟가락
대대로 이은 지킴숟가락
수저통 함께 외로움이긴
식구들 기려 얇아졌으니
상상만 가득 피어나는데
없어진 반쪽 무진 하늘에
지금도 반짝 비쳐오면서
손잡이 잡아 꿈길 이루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