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지하 창밖에는

시 두레 2013. 7. 27. 05:19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반 지하 창밖에는

 

 

햇살은 들다 말고

바람도 스쳐가는

중곡동 헐한 월세 반 지하 창밖에는

 

귀 열린 상추 댓 포기

옹알이가 한창이다

 

웃음보 자지러진

외손자 걸음마에

 

장맛비로 반 토막 나 울상이 된 품삯도

 

해거름 탁배기 잔에

다소곳이 졸고 있다 /정용국

 

   장마가 길어 채소가 금값이다. 비에 여린 상추는 유독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 지루하고 꿉꿉한 장마 속에도 어느 창밖에서는 상추가 곱게 자라고 있다. 한 뼘 땅만 있어도 고추며 상추를 가꾸는 손이 도심 곳곳에 피우는 남새꽃이다. 흙의 힘을 믿는 마음들을 보며 덩달아 뿌듯해진다. 긴 비에 상할라, 정성껏 돌본 티를 내는 손바닥 남새밭은 그래서 다 꽃밭이다. 누군가를 먹이려고 바지런히 오간 손길과 발길이 만드는 윤기에 지나는 마음마저 흐뭇하다.

 

   게다가 '웃음보 자지러진 외손자 걸음마'가 있다면, '반 토막 품삯'쯤 문제가 아니다. 상추 '옹알이'도 한창이겠다, 반 지하 셋방이면 어떠랴. 창밖에 어리는 훈기로 골목들이 안온해진다. 그러니 '해거름 탁배기' 한잔이 얼마나 꿀맛이겠는가! 가끔씩 탁배기로 시름을 덜다 보면 눅눅한 장마에도 웃음꽃이 피리라./ 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곳이 어디쯤일지  (0) 2013.07.29
書情(서정)마음을 적다  (0) 2013.07.28
연꽃 둘레  (0) 2013.07.26
늦 가을  (0) 2013.07.25
막연한 것들, 혹은  (0) 2013.07.2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