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情(서정)마음을 적다
中年還舊隱(중년환구은)
중년 되어 고향으로 되돌아오니
小築俯前郊(소축부전교)
작은 집은 앞 들녘을 내려다보네.
養鶴聊成友(양학요성우)
학을 기르자 바로 친구가 되고
攤書自作巢(탄서자작소)
책을 펼치자 저절로 책둥지 되네.
山僧分菜把(산승분채파)
산 스님은 산나물을 한 움큼 나눠주고
溪叟送魚包(계수송어포)
개울가 노인은 물고기를 한 바구니 보내네.
風味吾差足(풍미오차족)
그 풍미에 나는 사뭇 만족하노니
何曾羨綺庖(하증선기포)
귀한 음식 부러워한 적 언제 있었나?
/김이만(金履萬·1683~1758)
영조 때의 시인 학고(鶴皐) 김이만이 서울에서 벼슬하다 충청도 제천으로 낙향하였다. 중년의 나이에 자리를 잃고 보니 버틸 힘도 없고 의욕도 사라졌다. 상실감과 무료함을 달래려고 학이나 친구처럼 기르고, 책에나 파묻혀 둥지를 틀고 칩거하였다.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향 사람은 말없이 산나물도 보내오고 물고기도 건네주었다. 잊고 지냈던 내 고향의 풍미를 되살아나게 하는 인심과 음식이다. 내가 언제부터 값비싼 진수성찬에 맛을 들였던가?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지 알 것만 같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