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섬
다음 바람이
앞선 바람의 시간을 덧씌운다.
섬마을 저 너머 붉은 해당화 한 송이가
제 몸 깊은 곳에서 혼신으로 꽃술을 끌어올린다.
아직 소금 꾼은 집에 가지 못하고
하얀 가을걷이의 전언을 읽으며 하늘 농사를 짓고 있다.
얼굴 없는 바람의 그림자가 유난히 멀리 흩어지고
소금 수레에 그득히 반짝이는 마른 짠맛의 뼈들….
어느덧 막배가 비릿한 고요를 싣고 들어서고
한참 휘어진 어깨가 홀로 어둑해지며
소금을 거둔 자리가 그 옛날 초분같이 저문다.
섬과 사람이 노을의 가락으로 어울리는 시간
내 속에 있는 상처 입은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야겠다.
/문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