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91.130104 현실의 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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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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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 전 한겨울,
갓 태어난 아기가 말구유에 누워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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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만삭의 마리아와 남편 요셉은
여관을 찾아가
아기를 낳을 방을 달라고 했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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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관의 주인도,
여관에 머물던 그 어떤 사람도
이제 곧 해산할 여인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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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리아는
짐승들 틈에서 아기를 낳아
구유에 눕혀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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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주님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오신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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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에게서 배척받고
외면당해 찾아간 마구간의 구유가
주님께서 처음 눈을 뜨신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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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님께서 태어나신 구유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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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서로 다른 계층은 늘 공존해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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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
힘 있는 이와 약한 이,
배운 이와 못 배운 이가 나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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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들이
찾아가 경배 드린 곳이
베들레헴의 마구간이었다면,
우리가 찾아가
경배 드려야 할 마구간이
어디인지는 분명히 알려져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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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외된 이들을 찾아
그들 속에서 주님을 발견할 때
성탄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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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2천 년 전의 구유를
전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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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든
마찬가지입니다만,
특히 오늘날에도 그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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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할 여인이
찾아간 마구간 같은 현실이 있고,
헤로데와 같은
권력이 횡포를 부리는 현장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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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구유에 대한 경배의 발걸음을
소외된 이들에게도 향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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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한 채
여관방을 자기만 차지하려는 이기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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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이 세상의 어디를 찾아갔는지에 따라
우리를 심판하실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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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구유’를
찾아나서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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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