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의 詩

시 두레 2012. 12. 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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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의 詩

 

 

강마을

긴 긴 겨울밤에

얼어붙은 강물 위로 날아가던

저 기러기들의 울음소리는

희디흰 달빛의 시였다.

 

 

싸늘한 삭풍 속에 북쪽 하늘로

끼륵 끼르륵, 끼륵 끼르르륵 끼륵……

시옷 자를 그리며 서럽게 날아가던

스무 마리 눈물의 시.

 

 

조금 뒤처져 힘없이 끼웃끼웃

따라가던 한두 마리는

한 줄기 고드름 같은

차갑고도 맑은

 

시였다. /이달희

 

    우리 말의 절묘함이 기러기라는 이름에는 있다, 그 울음소리는 끼룩끼룩이고 길게 늘어서서 나니 결국 기러기라고 할 수밖에는 없지 않겠나. 게다가 'ㄱ'자로 편대를 이루어 날아가지 않던가. 기러기지만 '그러기'라고 하면 또 어떻겠나. 미소가 절로 나오는 긍정의 발음이다.

 

   숲의 모든 나뭇가지가 하늘을 얽어놓으면 그때 맞춰 기러기는 언 하늘 찬 공기를 깨치며 겨울밤을 떠메고 온다.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나 날아온 그 나라도 우리나라여야만 할 것 같다. 열 지어 날아가는 모습에서는 질서와 조화를 깨지 않고 하나의 낙오도 없이 무리를 이끄는 참 공동체의 문장(紋章)을 본다. 때로 잠 못 들어 뒤척이는 자의 아름다운 벗이 되기도 하니 '눈물의 시(詩)'의 낭송자요, 뒤를 따르는 외기러기의 모습은 '차고도 맑은 시'의 원형이 아닌가.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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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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