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레 2012. 12. 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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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靄蒼蒼松樹林 (연애창창송수림)                 검푸른 솔숲으로 밤안개 자욱하더니

蛾眉新月已西沈 (아미신월이서침)               눈썹 같은 초승달이 서쪽으로 잠겼다.

 

吠殘村犬人蹤斷 (폐잔촌견인종단)           개 짖는 소리 잦아들며 인적이 끊긴 마을

爇盡松明土室深 (설진송명토실심)           관솔불이 타 들어가 토방 안은 깊어간다.

 

窓下伊吾聞夜讀 (창하이오문야독)           창 아래서 흥얼흥얼 글 읽는 소리 들려고

爐邊芋栗伴寒衾 (노변우율반한금)         이불이 펼쳐진 화롯가에는 군밤 익어간다.

 

依然却憶終南舍 (의연각억종남사)               아득히 먼 한양의 남산 아래 집에서는

骨肉諸郞盡盍簪 (골육제랑진합잠) 골                  육 친지들이 단란하게 모였으리.

/이산해(李山海·1539~1609)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북인(北人)의 영수(領袖) 아계(鵝溪) 이산해가 지은 시다. 임진왜란 중이라 서울을 떠나 평양으로 남쪽으로 분주하게 떠돌며 국사(國事)를 돌보던 때였다. 어느 겨울밤 인적이 끊긴 집에 그는 조용히 앉아 있다. 이웃집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건너오고, 화롯불에서는 토란과 밤이 익고 있다. 사위(四圍)가 고즈넉한 이 밤, 아득히 먼 서울 집에서는 형제와 아이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지친 몸을 눕히자 안식처처럼 고향과 가족이 떠오른다. 어느새 밤이 길어진 겨울의 따뜻한 풍경이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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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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