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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한 편 실었더니 잡지와 함께 차(茶)가 동봉되어 왔다. 경상도 깊은 절에서다. 한 번 본 적도 없는 스님의 청정한 미소를 받은 듯하다. 저녁나절 물끄러미 차를 우려 놓고 내려다보며 보내온 이가 사는 풍경을 떠올려본다. 거기 소리도 떠올려 본다. 바위, 바람, 멧새, 구름…. 차를 마시는 행위가 이토록 폭넓은 일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국화차를 마시며 비로소 사람으로 돌아왔다고 이 시는 말한다. 차 앞에 앉는 일이 '비로소 사람'스러운 행위라는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출처(出處)에 대한 명상으로 이어진다. 국화꽃이 머금었던 해와 달, 그리고 새의 노래와 나비를 모신다. 차를 마시는 것이 어느덧 차에 깃든 자연의 조화를 모시는 것으로 바뀌었다. 육신이 고깃덩어리에서 사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